나의 레팅고 이야기

깊은 산 속 큰 개발자국을 따라 2012.02.22

opener6 2013. 4. 13. 12:58

바리메 오름길에서 소방도로를 타고 1km쯤 올라가자 오르막 빙판길이다.

갓길에 주차를 시키고 걷기 시작했다. 

며칠전 길이 멀어 중도에 돌아온 길의 끝을 보기로 한다. 

그저께 채기가 있던터러 어제 오늘은 대추 우린 물에 죽염을 타서 차를 마셨다.

어제 저녁에 두리안이라는 요상한 과일을 아이스크림처럼 맛있게 먹어서 그런지 오늘은 시장기가 덜하다.

호흡을 고르면서 천천히 오르다보니 뭔가 지나간 흔적이 보인다.

스틱자국인가?

 

 

 

스틱자국이라고 하기엔 동그라미가 좀 이상해 보였다.

 

 

 

허걱! 이것은 혹시...

 

 

    

 

짐승의 발자국이다!

 

 

노루 발자국과 나란히 나있는 성큼성큼 걸은 흔적이 있는 이 발자국의 정체는 무언가?

내가 들어온 이곳 반경 5km내엔 나밖엔 없을 것이다.

 

 

 

바둑이나 발바리의 발자국은 아니다.

이렇게 큼직한 발자국은 대형 골드리트리버나 새파트 정도 되는 크기다.

혹시... 들개일 수도 있다.

한라산 일대에서 노루를 잡아먹고 사는 들개가 있다는 소문도 들었다.

사람에게 해를 끼쳤다는 뉴스는 아직 못들었지만 인적 드문 이곳에 왠 개발자국이란 말인가?

그것도 큰 개!

 

당장 앞에 나타나지도 않은 큰 개 발자국으로 인해서 나는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느닷없이 숲에서 노루가 껑충하고 뛰었고 나는 꿈적하고 놀랐다.

 

겁의 정체는 무엇인가?

겁을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의문을 갖는 나는 무엇인가?

 

문제를 한참을 풀다보니 어느새 짐승 발자국은 사라지고 없었다.

 

 

 

 

산속의 옹달샘도 만날 수 있었다.

 

 

 

길은 막다른 곳에 다다랐지만 저 안에 무엇인가 있을 것 같아서 들어섰다.

 

 

 

인적이 없는 이 곳.

 

 

 

 

솔잎 맺힌 물방울들이 저마다 세상을 담아내고 있었다.

 

 

 

빨간 청미래넝쿨 열매들이 탐스럽게 열려 있었다.

 

 

 

 

 

돌아 나오는 길에 저 곳에서 또 나를 부른다.

붉은오름이라는 이정표가 있다.

가파르지 않은 길을 한 시간 반 가량 올랐다.

 

 

 

그런데 이곳은 노로오름이었다.

날씨는 흐렸지만 시계는 좋았다.

한라산 백록담 정상은 구름에 가리워있다.

가만히 앉아 눈을 감으니 머리속이 빈 분화구처럼 시원하다.

 

 

 

남쪽 방향으로는 오른쪽의 돌오름과 왼쪽의 한대오름 그 사이로 산방산이 바라다 보인다.

 

 

 

생명의 기운으로 눈을 녹여내는 아름드리 삼나무들

나무를 통해 치유를 얻었다는 사람들은 이러한 나무의 기운과 교류했을 것이다.

 

 

 

 

 

생명의 기운을 뿜어내는 나무들 사이로 걸으면서

의식은 산처럼 나무처럼 고요한 곳으로 옮겨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