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팅고 이야기 93

거름이 될 무거운 감정

무거운 감정들은 똥처럼 몹시 불편합니다. 아이들은 더럽고 냄새도 나서 인상을 찌푸립니다. 어른들은 똥, 오줌을 매우 소중하게 다뤘습니다. 거름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촌에는 집집마다 거름 더미가 있었습니다. 마굿간에 소가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짚을 깔아 놓으면 거기에 소가 똥을 눕니다. 똥이 버무려진 짚을 거름더미로 매일 나릅니다.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버무려진 똥과 짚은 충분히 썩어서, 즉 발효가 되어서 거름이 됩니다. 냄새도 구수하고 부슬부슬해져서 아이들이 보고 만지기에도 더 이상 더러울게 없습니다. 봄이 되면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고 거름을 넣습니다. 거름을 잘 해야 밭이 기름지고 곡식도 잘되었습니다. 잡초를 뽑는 것도 수월합니다. 아주 어릴 적에는 퇴비증산대회도 있어서 집집마다 담배 건조실 만큼..

무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께...

마음이 냉담의 시기를 겪고 계신 분들께 나눔을 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중, 고등학교 다닐 때에 겨울 방학이 오면 경운기에 지게를 얹고 산에 나무를 하러 다녔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시동을 거는 일이 관건이었는데, 지금처럼 키만 돌리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동을 걸려면 전신의 온 힘을 짜내어 스타트 레버를 멧돌처럼 돌려야 했습니다. 역기 바벨처럼 생긴 무거운 원형판이 충분한 탄력을 받아야 첫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한겨울에는 베어링의 구리스들이 모두 딱딱해져서 힘이 두배 세배로 들었습니다. 겨울에 시동을 거는데 중요한 요령 중에 하나는 비워둔 엔진 냉각기에 끓는 물을 부어 엔진을 데우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두어차례 끓는 물을 교환해 주면 시동은 무난하게 걸렸습니다. 하지만 년식이 오..

엔젤스 셰어

엔젤스 셰어 -천사의 몫- 위스키, 브랜디를 숙성시키는 과정중에 손실되는 양에 붙여진 이름입니다. 너무 근사한 표현이라서 꼬리표를 떼기 어렵습니다. 위스키는 곡물을 발효시켜서 증류한 것을 말하고, 브랜디는 포도주나 과실주를 증류한 것을 말합니다. 한창 젊을 때, 삼촌 댁에 들렀다가 마티니를 마셨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합니다. 독했지만 입안을 적시는 부드럽고 높은 밀도의 촉감은 생전 처음이었습니다. 코로 훅 뿜어져 나오는 깊고 절묘한 향과 깔끔한 목넘김의 짜릿함, 위장을 뜨겁게 데우고 심장을 뛰게하는 놀라운 힘을 느꼈습니다. 하지만 술의 가격을 알고 언감생심 쉽게 접하지 못했습니다. 또한 술에 취한 상태에 대한 부정성의 마음은 술을 적대시 하면서도 취한 상태의 만족감은 술에 기대는 것에 한 몫 했습니다. 알..

패스트리와 마리 앙투아네뜨

브리오슈를 굽다 보면 프랑스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뜨는 사람들의 굶주림을 이해하지 못했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돼지?" 라는 말을 남겼다는 이상한 유언비어를 접합니다. 에고는 별별 이야기를 꾸며내어 달큰함을 취합니다. 정말 그랬을까? 나무위키에 올라온 정보는 풍문과는 다르게 훌륭한 여성상이었음을 봅니다. 왕위를 계승할 아들을 모두가 바랬지만 딸이 태어나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불쌍한 어린 것, 너는 그들이 바라던 아이는 아니야. 그렇다고 우리에게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야. 아들이였다면 국가의 아들이 되었겠지만, 너는 나의 것이야. 너는 내 모든 보살핌을 받게 될 거고, 내게 기쁨을 주고 슬픔을 나누게 될 거야." 또한, 혁명정부가 큰 아들과의 근친상간의 혐의를 씌우려고 큰 아들의..

고래잡이

몸을 방치한지 몇 년이 지났다.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는데 엄두가 나지 않았다. 겨우 오름 정도를 오르는 것이 전부였다. 공원을 산책 나갔다가 문득 공 던지기가 떠올랐다. 소년시절 체력장에서 멀리 던지고 싶은 욕구가 있었지만 공은 기대만큼 날아가지 않았다. 나보다 작은 친구가 훨씬 더 멀리 던졌다. 몸에 집중해서 공 던지는 동작을 취해보았다. 어색했다. 이왕 어색한 길에 왼손으로 동작을 해보았다. 많이 어색했다. 공 던지기 강습 동영상을 보며 메커니즘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며칠에 걸쳐 오른팔 왼팔을 번갈아가며 연습을 했다. 던지는 것은 팔로 하는 것이 아니라 중심 이동을 하면서 코어를 활시위처럼 휘었다가 근육의 탄력을 이용해서 공을 힘껏 뿌리는 것이 관건이었다. 몸은 이내 적응을 하기 시작했다. 매일 같..

방울뱀

치유와 회복에 나오는 방울뱀처럼 굴었던 사연입니다. 에어컨 설비업자는 실내기 5개만 달아놓고 실외기는 여름이 오기 전에 달아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이전 집을 지을 때도 설비를 맡겼기에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여름이 다가왔고 실외기를 달아달라고 연락을 했습니다. 재촉을 하자 차일 피일 미루기를 반복하여 그해 여름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냈더니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속았고 사기를 당했다는 분함이 일었습니다. 집을 지으며 이전에 업자들로부터 참았던 부아가 모두 터져 나왔습니다. '가만두지 않겠어!' 수소문을 했습니다. 바닥이 좁아서 금새 본거지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기꾼업자로부터 상당수의 사람들이 당해왔고 심지어 몇천만원의 손해를 본 사람도 만났습니다. 왜 신고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욕망

사람들이 친해지고 싶어 할 만큼 흥미진진한 인물이 되는 법은 아주 쉽다. 자신이 되고 싶은 유형의 인물을 마음에 그리고 그렇게 되지 못하도록 만드는 부정적 감정과 장애물을 모두 항복한다. 그러면 가져야 하는 것 전부, 해야 하는 일 전부가 자동으로 아귀가 맞게 들어온다. 소유 having하거나 행 doing하는 수준에서가 아니라 존재 being하는 수준에서 힘과 에너지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우선권이 주어지면, 존재하는 수준은 자동적으로 사람의 행동을 통합하고 조직한다. 이러한 기제는 " 마음에 품은 대로 실현되기 쉽다." 라는 공통 경험으로 입증된다. 놓아버림 p153 존재하는 수준에 있으면 갖고 싶은 탐하는 상태와 갖기 위해서 애쓰는 상태를 놓아버릴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다. 또한 사람들이 친해지고 싶..

담배와 커피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너는 호박사님 책 읽으면서 뭘 어떻게 배우고 있어? 무슨 말이야? 그게... 그러니까... 못 알아 듣겠네. 내가 알아듣게 설명을 해봐~ 그게... 그러니까... 뭔가 잘 안풀릴때 나오는 코가 간지럽기 시작하고 콧물이 나오고 재채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호박사님의 책은 호박사님의 주관적 체험을 쓰신거잖아. 너의 체험이 호박사님의 체험과 다른 면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있어? 호박사님께서 말씀하신 부분들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살펴보지. 잊혀졌던 기억들도 떠올라. 나는 세살 정도까지? 영혼이 들락날락 했었어. 몸이 불안전 했거든. 많이 아팠어. 그래서 호적에도 1년 늦게 올려진거야. 언제 죽을지 몰라서 그랬대. 헛소리도 막 하고, 영이 ..

겁내고, 겁내고, 겁내고,

우리는 공포가 지닌 다양한 모습에 친숙하다.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공포로 마비되고 얼어붙은 가운데,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걱정은 만성적인 공포며 편집증은 극도의 걱정이다. 약간 불안한 것은 가벼운 형태의 공포다. 공포가 더욱 심각하면, 잔뜩 겁을 먹고, 조심스럽고, 폐쇠적이고, 긴장하고, 낯가리고, 말도 못하고, 심하게 겁내고, 수상쩍어하고, 소심하고, 궁지에 빠져 있는 듯하고, 가책을 느끼고, 무대 공포증에 빠지기도 한다. 아픔과 괴로움을 겁내고, 사는 일을 겁내고, 사랑을 겁내고, 가까워지기를 겁내고, 거절을 겁내고, 실패를 겁내고, 신을 겁내고, 지옥을 겁내고, 지옥살이를 겁니고, 가난을 겁내고, 조롱과 비판을 겁내고, 함정을 겁내고, 자신 없어 ..

자존심

이젠 자존심을 버릴 때도 되지 않았어? ...... 그게 힘든건 나도 알아! 내가 자존심을 내려 놓을때 니가 든든하게 힘이 되어주었어. (약간의 희색을 띄며) 그래? 그래 자존심을 내려 놓아야 다음 장으로 옮겨지는 거야. 그렇긴 하지! 그런데...... 나의 자존심을 긁는 오래된 가 하나 있다. 그 친구는 겉보기에도 멀건 허우대로 좀 아는체 하는 편이다. 내가 가게를 오픈했을 때 친구는 나의 의중도 묻지 않은 채 어쩌고 저쩌고 참견을 했다. 꼴이 보기 싫었지만 소심한 나는 참았다. 달갑지 않은 그 친구는 오래도록 나의 곁을 맴돌면서 나의 자존심을 건드렸다. 한참을 방황하던 그 친구는 술집을 하나 차리더니 장사가 잘되기 시작했다. 더불어 기세가 등등해진 친구를 나는 멀리하기 시작했다. 예상 외로 친구의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