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와 커피
친구에게 물었습니다.
<나> 너는 호박사님 책 읽으면서 뭘 어떻게 배우고 있어?
<친구> 무슨 말이야?
<나> 그게... 그러니까...
<친구> 못 알아 듣겠네. 내가 알아듣게 설명을 해봐~
<나> 그게... 그러니까...
뭔가 잘 안풀릴때 나오는 코가 간지럽기 시작하고 콧물이 나오고 재채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정신을 차리고 마음을 가다듬었습니다.
<나> 호박사님의 책은 호박사님의 주관적 체험을 쓰신거잖아. 너의 체험이 호박사님의 체험과 다른 면을 어떻게 연결시키고 있어?
<친구> 호박사님께서 말씀하신 부분들이 내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 살펴보지. 잊혀졌던 기억들도 떠올라. 나는 세살 정도까지? 영혼이 들락날락 했었어. 몸이 불안전 했거든. 많이 아팠어. 그래서 호적에도 1년 늦게 올려진거야. 언제 죽을지 몰라서 그랬대. 헛소리도 막 하고, 영이 몸을 보던 기억도 나네.
<나> 그랬구나.
나하고 멀찍한 친구의 체험을 들어서일까? 다시 코가 싸해지더니 콧물이 나고 코를 풀기 시작한다.
<친구> 왜그래?
<나> 중요한 질문을 목적 없이 대충 물었던 것 같다. 다음에는 좀 정신을 가다듬고 질문을 해볼께. 오늘은 너무 예의없이 굴었던 것 같다.
나는 친구에게 열등감이 좀 있는 것 같다.
나는 나의 살아온 삶에서 얼룩진 기억들을 보정하면서 놓아버림을 하고 있다.
호박사님께서 하신 말씀 중에 깨어나면 <삶의 묘사를 그만 둔다>?라고 하셨지만 이제 까맣게 잊고 지내던 어릴적 이야기들이 생생하게 살아나기 시작했다.
마치 그 때가 어제의, 아니 지금의 일과도 같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과거가 현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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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담배 농사 이야기를 좀 해볼까 합니다^^
이맘 때 즈음 마지막 담배 수확을 했습니다.
지겹던 담배에서 얄밉게 고운 꽃이 핍니다.
커피는 담배와 흡사한 면이 많다.
냄새가 주는 여운도 중독성까지도.
자랄 때 담배농사를 거들었다.
담배 외에 인삼, 벼, 고추, 깨, 콩, 감자...
모두 열거할 수 없을만큼 빈터라고는 찾아볼 수 없게 때가 되면 심어지는 작물들이 있었다.
그 중에 담배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담배는 어린이날 즈음에 꼭 심었고, 그 다음 일요일엔 고추를 심었고,
다음엔 깨를 심었고, 다음 쉬는 날엔 인삼밭에 풀을 뽑았다.
학교에 안가는 노는 날이 일하는 날이다.
담배는 두달 동안 거름도 먹고 비료도 먹고 농약도 먹고 기가막히게 쑥쑥 자란다.
삼복 더위가 시작되면 담배를 수확한다.
아이들은 어른들이 따논 담배잎을 나른다.
30도를 웃도는 날씨에 담배잎에는 찐득한 진이 시커멓게 묻어난다.
키보다 더큰 담배는 여름 내내 아이들을 괴롭혔다.
앞도 분간이 안되는 이른 새벽에 밭에 나가야 그나마 더위를 피할 수 있다.
자정이 넘어서야 새끼줄에 엮은 담배잎을 건조실에 매달고 하루 일과를 마쳤다.
일을 마치고 씻고 나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잠에 빠질 수 있었다.
깨지 않아도 좋을 만큼의 꿀잠이다.
나는 잠을 좋아했다.
가장 행복한 순간이 잠을 맞이하는 그 때였다.
담배는 건조실에서 누런 빛으로 변색이 되는 얼마간의 시간을 지나서
아버지는 삼일 밤 낮으로 불을 지폈다.
담배는 두달 동안 주말마다 따고 엮고 널고 말렸다.
담배를 중간정도까지 따올리면 콩을 심었다.
애써서 널어 말리던 담배가 건조실이 과열이 되어 불이 나곤 했다.
온동네 사람들이 소방수가 되어 불을 껐다.
보수가 어려울 정도가 되면 이웃집 건조실이 빌려썼다.
어느집 할 것 없이 불이 났기 때문에 빌리거나 빌려주는 것은 당연했다.
건조실 아궁이에 구워먹던 옥수수는 꿀맛이었다.
가난했지만 어른들은 서로 돕고 챙기고 품앗를 했다.
바쁜 농사들이 마무리되면 담배 손질을 했다.
담배조리라고 하는 작업을 통해서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하고
매상을 댈때 심사를 통해서 등급이 매겨진다.
1등급의 담배는 색깔이 누런 황금색을 띄며 묵직하고 냄새도 구수하고 좋다.
등급이 떨어질수록 색상은 탁해지고 가볍고 냄새도 떨어진다.
어릴때 담배 냄새를 많이 맡고 자라서 그런지 군대에 가서야 담배를 폈다.
그런데, 머리가 핑 돌던 담배는 냄새가 그리 좋은 편은 아니었다.
담배는 중독성이 있었고, 끊었다 피기를 반복하다가 몸에서 받지 않더니
어느 순간 생각에서 사라졌다.
좋은 품질의 담배는 초콜렛향과 좋은 커피향이 있었고 좋은 색깔이 있었다.
그런데, 내가 피웠던 담배에서는 그런 좋은 것을 발견할 수 없었다.
낮은 등급의 냄새와 무게감을 편리함으로 기가막히게 포장을 해놓았다.
예전에는 담배에 등급이 있었다.
새마을, 환희, 청자, 은하수, 도라지, 거북선... 솔... 88
새마을은 필터가 없었고, 환희와 청자는 까보니 필터의 질이 달랐다.
늦게 커피를 시작하고 커피를 알아가다 보니 담배와 흡사한 면이 참으로 많다.
빛이 누렇게 곱고 향기롭던 담배잎은 어디로 갔었을까?
우리가 마셔왔던 믹스커피 한잔이 담배 한개피와 같음을 본다.
좋고 나쁨을 따질 수는 없겠지만, 선택의 여지는 다양한 경험에서 온다.
경험을 통해 맛있는 과일은 단박에 알아보듯, 맛있는 커피도 좋은 것을 먹다 보면 알아진다.
이제야 묵직하게 밀도 높고, 깊고 은은한 향과 미각을 충족시키는 커피를 만난다.
담배와 농사를 거들지 않았더라면
나는 남들과 다르지 않는 커피를 경험하고 만들지도 모르겠다.
좋은 콩을 볶다보면 지난 시절 들판을 뛰어 놀며 까먹었던 깨금, 호두, 햇밤등이
떠오르고, 갖가지 새콤달콤한 열매들이 기억난다.
에티오피아 콩을 볶아서 내리다보면
보리똥 열매를 한움큼 입에 털어넣었을 때 느꼈던
새콤새콤한 추억의 입맛을 다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