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팅고 이야기

패스트리와 마리 앙투아네뜨

opener6 2022. 9. 9. 15:26

 

브리오슈를 굽다 보면 프랑스의 왕비였던 마리 앙투아네뜨는 사람들의 굶주림을 이해하지 못했고, "빵이 없으면 케이크를 먹으면 돼지?" 라는 말을 남겼다는 이상한 유언비어를 접합니다. 에고는 별별 이야기를 꾸며내어 달큰함을 취합니다.

 

정말 그랬을까? 나무위키에 올라온 정보는 풍문과는 다르게 훌륭한 여성상이었음을 봅니다. 왕위를 계승할 아들을 모두가 바랬지만 딸이 태어나자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불쌍한 어린 것, 너는 그들이 바라던 아이는 아니야. 그렇다고 우리에게 소중하지 않다는 것은 아니야. 아들이였다면 국가의 아들이 되었겠지만, 너는 나의 것이야. 너는 내 모든 보살핌을 받게 될 거고, 내게 기쁨을 주고 슬픔을 나누게 될 거야."

 

또한, 혁명정부가 큰 아들과의 근친상간의 혐의를 씌우려고 큰 아들의 정신과 몸을 마약과 학대로 피폐하게 만든 후에 증언을 하도록 하게한 사건으로 재판정에 섰을 때, 품격을 잃지 않고 침묵에서 입을 떼며

 

"내가 대답하지 않은 것은, 어머니에 대한 그런 비난에 대답하는 것을 자연이 거부하기 때문입니다. 나는 나와 같은 처지에 있는 모든 어머니들에게 묻고자 합니다."

 

이때 재판에 있던 모든 여성들이 마리 앙투아네트에게 동조하고 남성들 조차 그녀를 옹호하자 비난 세력은 찬물을 끼얹듯 조용해지고 재판에서 승리를 하였다고 합니다.  

 

혁명이 정당화되려면 왕실이 악의 축이 되어야했기에 남편과 도매금으로 묶여 사악하고 사치스러운 이미지로 폄하된 것이지 실제로는 왕비치고는 오히려 검소한 편이었으며 선량하고 동정심이 많은 성격이었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처형 직전에 사형 집행자의 발을 밟고서 남긴 유언은 

 

"실례합니다, 무슈. 일부러 그런 건 아니예요."

 

그리고 실제 사형 전에 그녀가 남긴 글에는

 

"부끄러워 할 것 없어요, 나는 죄를 지어서 죽는 게 아니니까요."

 

라고 적혀 있었다고 합니다.

 

마리 앙투아네트는 단두대 앞에 설 때까지 품위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고 합니다. 

군중의 모함과 누명과도 같은 죽음 앞에서 당당히 맞선 마리 앙투아네트에 깊은 경의를 표합니다. 영혼이 설계해 놓은 삶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면서 감동이 전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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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터를 넣은 빵 중에 패스트리는 단연 으뜸입니다. 패스트리는 반죽에 버터를 깔고 여러겹 접은 후 발효를 거쳐 구워냅니다. 중세의 프랑스에서 버터는 매우 귀했으므로 빵을 구울때 함량을 제한하는 규율까지 있었다고 합니다. 버터가 들어간 빵을 브리오슈라고 하는데, 버터가 많이 들어갈수록 질기지 않고 입안에서 살살 녹게 됩니다.  

 

허영심이 많았던 저는 빵 만드는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페스트리를 먼저 시작했습니다. 교육장에서 그런대로 만들어지던 크루아상은 장소를 옮기자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볼륨감이 무너지고 속이 떡졌습니다. 남들은 맛있다고하고 했지만 제 기준에는 한참 못미쳤습니다. 그해 여름 비는 하염없이 내렸고 빵은 버려졌습니다.

 

여름 내도록 불만족스럽게 나왔던 크루아상은 찬바람이 불자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수업때 들었던 반죽의 온도와 버터의 온도, 실내 온도의 밸런스가 좋지 못한 것을 여름을 지나면서 서서히 이해했기 때문이었습니다.

 

냉동실에 두꺼운 돌판 시스템을 넣어서 반죽의 급냉을 도왔고, 버터를 힘 안들이고 얇게 펼 수 있는 방법도 고안을 했습니다. 크루아상은 자신있게 만들어졌습니다.

 

그런데,

기술은 하다보면 저절로 터득되어지지만

마음은 저절로 내려 놓아지지 않네요.

자부심으로는 자부심만 채울뿐

아무것도 나눌 수 없다는 걸

차츰 알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