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er6 2022. 11. 20. 11:03

성당에 다녀왔습니다.

 

10년 전에 교회에 나갔다가 익숙치 않은 분위기와 주목 받는 것이 부담스러워서 다니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핑계고 진실은 드센 자아가 surrender 하기를 저항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영혼이 '이제 다시 교회에 가봐' 라며 소리를 내었고, 친구의 도닥임에 용기를 내어서 함께 성당을 갔습니다. 

 

결심은 의기로웠지만 막상 성당을 향하기 시작하자 콧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미사가 시작되고도 콧물이 흘러나왔습니다. 이전에는 저항이 일기 시작하면 재채기를 동반하여 코를 풀기 바빴습니다. 목수 일을 하다가 시작된 천식과 먼지 알러지가 심화되어 나타나는 현상이었습니다. 병원 검사에서 집먼지 알러지와 고양이털 알러지도 가장 높은 수치로 나왔습니다.

 

흐르는 콧물에서 초등학교 입학때의 손수건 기억이 납니다. 노란 명찰과 함께 손수건을 꿰어서 가슴에 달았습니다.

 

그 때에는 코를 풀거나 침을 닦는데 사용하는 용도로 손수건이 필요한 것인지 몰랐습니다. 저는 코흘리게는 아니어서 누런 코를 달거나 침을 흘리는 아이를 이해하기 보다는 바보로 놀렸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저는 코흘리게가 되어서 성당을 나갔습니다. 이제와 보니 그 때의 누런 콧물을 훌쩍하며 들여마시던 친구와 입을 벌리고 침을 흘리던 친구의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됩니다. 인간으로 태어나서 겪어나가는 것들에 대한 저항감은 내가 힘들어하는 것만큼 친구들도 힘들것이라는 걸.   

 

미사가 끝날 무렵에는 콧물이 멈추고 비강이 청량해졌습니다.

깨끗한 손수건 한장은 언제나 지니고 다녀야겠습니다.

결함 투성이인 자신을 위해서

그리고 어딘가 난처함에 처해있는 인간 동료를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