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보름,코봉이 이야기

코봉이 적응기 2012.07.06

opener6 2013. 4. 12. 23:32

 

 

3일이 지나고 동물병원에 예방접종을 하러 갔더니 의사선생님께서 거의 숫놈이라신다.

새끼 고양이는 땅콩이 완전히 여물어야 암수 식별이 확연하다고 하셨다.

고양이는 개와는 다른 구조였다.

이름을 은비에서 은우로 개명을 시켜줬다.

은우는 살짝 데운 우유를 사발로 들이켰고, 사료도 옴팡지게 먹어댔다.

그리곤 어디론가 숨었다.

녀석을 찾아내는데는 한참의 시간이 필요했다.

녀석은 언제나 생각지도 못한 곳에 숨었다.

 

 

 

tv 선을 정리하느라 만든 박스에 숨어 있는 것을 발견하는데 루가 아니었으면 생각지도 못했을 것이다.

찾다 찾다 포기하려던 차에 루가 기웃거린 곳을 열어보니 그 곳에 있었다.

녀석은 하루가 다르게 힘이 좋아졌고 움직임이 민첩해졌다.

루와 보름이에게는 가까이 다가가지만 사람에게는 조금의 틈도 주질 않았다.

 

 

녀석은 그루밍을 하지 못했으므로 닦아주기 위해서 도망다니는 녀석을 포획해야했다.

하악질 하는 녀석이 설마 물까해서 맨손으로 잡았다가 오줌을 지리며 무는데 손톱이 뚫어질 지경으로 세게 물렸다.

부은 손가락은 3일이 갔다.

녀석을 잡는데는 기술이 필요했다. 이불을 둥글게 말아서 숨을 공간을 마련해 준 후 서서히 밖으로 꺼내면 얌전해졌다.

 

집사람이 며칠 육지에 다녀오는 그날 은우가 다시 사라졌다.

온 집안을 다 뒤져도 녀석은 보이질 않았다. 티비다이속, 냉장고 뒤, 에어컨 실외기까지 다 뒤졌으나 없었다.

루가 가끔 이용하는 농위를 살폈더니 루가 있었고 루는 농 뒤쪽을 살피고 있었다.

레이져로 그 비좁은 공간을 살폈더니 녀석은 그 곳에 있었다.

 

 

 

 

 

탁구공 하나 됨직한 공간으로 들어간 곳이 녀석에게는 편했나보다.

배고프면 나오겠지 볼일이 급하면 나오겠지 기다렸으나 결국 녀석은 한밤중에 똥을 쌌고

냄새가 피어오르자 농을 다 드러내고 대청소를 치르고야 말았다.

해면으로 구석구석 구린내를 닦아주자 녀석은 언제 그랬냐는 둥 골골거린다. 

 

 

 

녀석은 거의 살쾡이 수준으로 하악질을 해댔으나 나는 보통내기가 아닌 녀석이 이상하게 마음에 들었다.

동물은 키우는 주인을 닮는다고 했겠다.

그럼 이 녀석은 누굴 닮을까?

내가 이 녀석을 닮아가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그만큼 요즘 나는 이 녀석에게 빠져있다.

 

 

은우가 루에게 장난을 치기 시작했다.

가장 걱정스러웠던 부분의 하나는 루와 보름이가 어떻게 받아들일까의 우려였는데

보름이는 아직 뚱 하지만 싫어하지는 않는 기색이다.

어제 저녁은 깃털 장난감에 빠져 나와 한참을 놀았다.

일주일 지나 열흘 가까이에서야 녀석은 손길이 닿을락말락한 거리까지 허락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루와 일당들이 밤새 어지러 놓은 거실이 흐뭇하니 좋으니 이게 웬말인가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