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팅고 이야기

예수님은 빵을 불리셨고 저는 쌀을 불렸습니다 2012.10.27

opener6 2013. 4. 13. 13:06

 

지금으로부터 딱 십년 전 일화입니다.

 

 

오늘 전복죽을 끓이며 제주도에 처음 내려와서 몇달 머물렀을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몸을 의탁했던 단체에 스무명 정도의 손님들이 오셔서 2박3일 워크샵을 진행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주방에서 보조역할을 하고 있었습니다.

 

 

 

 

둘째날 밤 정도 되었을까요 일과를 정리하려고 할 때,

 

가장 높은 곳에 계신 분께서 내일 아침에 전복죽이 드시고 싶어 하신다는 말씀을 전해들었습니다.

 

그 말씀을 전해들은 시간은 10시가 넘었고 그 시간에 전복은 구할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듦과 동시에

 

그 말씀을 꺼낸 지체 높으신 분은 어느새 저의 눈 아래로 한없이 낮아지고 계셨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이시간에 무슨 전복을 구한단 말인가?

 

저의 결론은 단호하게 절대안됨이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 말을 전달한 이는 전화통을 붙들더니 온사방 한참의 전화를 돌렸습니다.

 

그리고 땅이 꺼질듯한 시름과 장화신은 고양이의 눈으로 저를 쳐다봤습니다.

 

그 순간 저는 그 높으신 분을 위해서가 아닌 저 낮으신 이를 위해 전복을 구해내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이래저래 시간을 보낸지라 11시가 넘어서 모슬포의 횟집들은 문을 닫고 있었습니다.

 

이집저집 문을 두드려 봤지만 그 시간에 전복을 구하기는 겨울에 딸기였습니다.

 

거의 포기와 마음 비우기의 중간 정도 단계쯤 되었을때 다다른 곳에서

 

기적적으로 어른 주먹보다 큰 자연산 왕전복이 나타났습니다.

 

두사람은 '구하면 얻을 것이다'라는 소중한 체험으로 몹시 기뻐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저는 전복요리에 들어갔습니다.

 

지금의 제가 아닌 그당시의 저의 요리는 메뉴얼 없는 요리였습니다.

 

어디선가 본 것과 들은 정보를 얼버무려 쌀을 불리고 전복을 손질했습니다.

 

그리고, 그 하나의 왕 전복으로

 

높으신 한분 프러스 스무분 모두에게 맛있는 전복죽을 끓여드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하나의 전복으로 맛과

 

정성이 깃든.

 

그러나 저의 생각과는 달리 스무명을 위한 거대한 냄비에는   흰 쌀 만이 하염없이 퍼져 나갔고

 

한 마리의 전복은 국자에 떠밀려    외롭게 헤엄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 날 저는 한 됫박의 쌀과 한 마리의 전복으로 스무분께 아침상을 내어드렸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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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중요한 시험을 치르시는 분이 계셔서 전복죽을 끓여 들이던 중 옛일이 떠올라서 글을 써봤습니다.

 

 

 

저의 전복죽 레시피입니다.

 

맛있는 전복죽은 1인분에 중간 정도의 전복 두개정도가 들어가면 알맞습니다.

 

제주도에는 8개짜리 전복이 13000원 정도 합니다. 육지에서는 조금 더 비싸서 20000원 정도 할 것 입니다.

 

흰쌀을 불리면 30분 정도 끓이면 되겠고 저처럼 잡곡으로 하면 1시간 정도 걸립니다.

 

전복을 손질해서 내장을 터뜨립니다.

 

물기를 뺀 불린 잡곡(귀리,보리,현미찹쌀,흑보리,현미)에 참기름을 넉넉히 두르고 터뜨린 내장과 잘게 썬 전복을 함께 볶습니다.

 

적당히 고들고들해지면 물을 붓고 센불로  끓입니다.

 

10분정도 끓인 후 중간불로 서서히 저어주면서 풀기가 나오기를 기다립니다.

 

뻑뻑해지기 시작하면 약한불로 수분이 잦아들때까지 저어줍니다.

 

추가로 아내가 잡곡을 하루 불렸답니다.

 

일전에 일본에서 건너오신 손님께서 드시고 감탄을 하염없이 하셨던 이야기는 왜 빼먹었냐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