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와 보름이를 만나서 2011.02.21
작년 가을 아내가 느닷없이 고양이를 키우고 싶다고 했다.
고양이의 가릉거림이 500이 넘는다고 들었기에 클레식 레벨을 라이브로 맨날 들으면 좋겠군! 했다.
그리고 며칠 지나 누가 먼저인지 기억도 가물한데 어쨌든 느닷없이 고양이를 찾으러 나섰다.
마침 찾아간 동물병원에서 소개시켜준 곳에서 만난 아이가 페르시안종 친칠라 사내아이'루'다.
녀석은 작은 동물병원 작은 쇠창살 안에서 곤히 잠들어 있었다.
일곱 형제 중에 넷 분양되었고 셋 남은 가운데 있던 녀석이었다.
병원장님은 내가 조르는대로 친절하게도 우수한 자묘용 사료 한봉다리와 노리개용 쥐한마리를 덤으로 주셨다.
집으로 데려온 루는 적응하는데 3일 걸렸다.
적응하자 그리고 그 특유의 꿍얼거림이 시작되었다.
녀석은 무슨 불만거리가 생기면 꿍얼거린다.
침대에서 뛰어내릴때도 꾸우루루욱 소리를 내고,
함께 놀아주다가도 뭔가 못마땅한 듯 싶은 듯 꿍얼꿍얼 대는 소리를 내곤 했다.
루는 그렇게 우리와 4개월을 함께 했고 지금 내곁에서 새로온 '보름이'와 과격하게 놀고 있다.
루는 6개월을 막 넘어섰고 체중이 3키로가 넘은 듯 하며 많이 자랐다.
루와 친해지고 나서 짝을 찾아주려 했으나 당시에 운이 없었다.
그리고 겨울이 왔고 동종의 고양이는 섬에서 찾기가 어려웠다.
그리고 얼마전부터 루의 꿍얼거림도 심해진지라 배필을 하루빨리 구해주어야 싶었다.
섬동네를 모조리 수소문해도 잘 나오지 않던지라 인터넷을 다 뒤졌다.
심지어 "다른데 다 알아보고 전화드렸습니다." 하는데 까지 전화를 걸었다.
그리고 어찌어찌해서 지금 옆에서 함께 놀고 있는 보름이가 우리 집에 함께 살게 되었다.
이제부터 이야기를 하려고 서론이 길었습니다.^^
우리 착한 루가 새하얀 보름이를 데려오면 아주 잘 놀아주겠거니 짐작했었습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둘의 첫 대면은 난감 그 자체였습니다.
아뿔싸! 47일자리 조막만한 보름이에게 루가 '하악질'을 해대는 거였습니다.
그리고 잠시의 평온~
먼 길을 오느라 지친 보름이가 잠든 사이 루는 바로 곁에서 숨죽이고 앉아서 눈을 떼지 못하고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러면 그렇지 우리 루가 심성도 깊고 나 닮아서 관심도 깊고...'
-그건 니 생각이고...' 라는 듯 루는 보름이가 깨자 마자 달려들어 물어뜯으려고 합니다.
보름이는 죽는다고 소리지르고, 어른은 말리고 난리가 났습니다.
루를 타일러도 보지만 흥분한 녀석은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순간은 당황스럽기도 하였지만 면밀한 부분으로 보니 물려고 작심하고 무는건 아니라는 것이었습니다.
어떤 꼬물거리는 애가 자신의 영역으로 왔는데 같은 종인지 뭔지도 모를 뿐이고...
그래서 나오는 행동일 뿐이고...
하지만 그걸 지켜보는 입장은 오죽했습니다.
그래서 격리를 하기로 하고 작은방에 작은애를 놓고 골판지로 막았습니다.
잠시 한눈 판 사이 루가 그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서 물고 뒷발질 하고.
그런데, 가만히 지켜보니 죽는 다고 소리치는 작은 아이도 떼어 놓으면 아무일 없은 듯,
주눅든 기색도 없고,
그렇게 지금 3일째 입니다.
지금 두 녀석은 제 뒤에서 늘어지게 자고 있습니다.
내일 또 큰 녀석이 작은 녀석을 못살게 굴겠죠.
제가 보기엔 그렇게 괴롭힘 당하고도 당당한 작은 녀석이 참 신기합니다.
여러분들 안보셔서 그렇지 첫날 둘째날은 잠도 못자고 무척 고민 많이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