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er6 2020. 11. 19. 11:41
여왕의 남편인 필립공은 세상에 대한 관심이 지극했다. 여왕이 돋보이게 보필하는 역할에 동의하고 결혼한 그였지만 타고난 성품은 자신이 정치 원로들에게 여왕과 동등한 대접을 받지 못한 것에 대한 자존감의 저하로 반항적 기질을 드러낸다.

젊은시절 숱한 바람끼를 거쳐 중년의 필립공은 우주과학이라는 장르에 빠져든다. 우주선이 달에 쏘아지고 인류는 과학이 신을 넘어선 것처럼 스스로를 드높이며 자축을 했다. 사람들의 관심은 영혼을 탐구하는 어려움 보다는 과학으로부터 생겨나는 신기한 물건들에 흠뻑 빠져들고 있었다.

왕가에서 따분하게 예배를 주관하던 신부님이 교체되었다. 새로부임한 신부님이 필립공에게 부탁을 한다. 왕실에 빈 건물 한채를 영적 정체기에 있는 신부님들이 재충전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기를 간청한다.
필립공은 매우시니컬한 태도로 늙은 수행자들의 처지를 고루한듯 비판하며 자신의 역동적이며 진취적인 태도로서만 권태의 시기를 극복할 수 있다고 조언을 보탠다. 그런 자신의 태도에 대한 미안함인지 건물은 빌려주었다.

신앙을 기반으로 둔 왕권 정치이건만 여왕을 빼고는 거의 모든 가족이 신에 대한 관심은 여느 세속인들과 마찬가지다. 왕가가 신을 섬기지 않으면 국민이 왕가를 섬길 이유가 어디 있을까? 세상은 변해가고 국민은 왕실의 화려함에 의문을 갖는다. 이 상황을 만회해 보려고 필립공은 아이디어를 내어서 궁의 일상을 촬영해서 국민들에게 tv로 선보이지만 의도와는 다르게 엄청난 비판을 듣는다.

때마침 정신 질환을 앓고 병원에 수감되어 어릴적 헤어졌던 필립공의 친모가 수녀가 되어서 나타나는데 여왕은 필립공의 반대를 무릅쓰고 시어머니를 궁으로 모셔온다. 필립공의 어머니 수녀님의 생애가 신문에 성녀에 버금가는 이야기로 기사화되었고 국민은 감동을 한다. 필립공은 오해를 풀고 어머니와 감격의 포옹을 한다.

우주비행사들이 궁에 초청이 되었고 필립공은 그들의 체험이 너무나 궁금했다. 필립공도 비행기 조종사였고 달에가는 기분을 느껴보려고 비행기를 수직상승시켜서 부조종사를 기겁하게 만들 정도로 대단한 열정가다.

필립공은 일정을 졸라서 개인 면담시간까지 내었다. 드디어 그들을 만난 필립공은 준비해두었던 질문을 하려다가 다른 질문을 꺼낸다. 지구를 떠나서 달을 탐험한 체험에 대한 내적 느낌에 대해서 물었다. 우주비행사들은 그런것을 느껴볼 겨를이 없었노라고 말한다. 그들은 연습한 행동들을 옮기기 여념이 없었고 필립공이 바랬던 우주를 여행했던 감동보다는 인기와 왕궁에 초대된 설레임에 도취된 기분에 들뜬 젊은이들이었다.

----이점에 대해서는<우주로부터의 귀환>이라는 책을 읽어보면 우주비행사로부터 보다 풍부한 체험 사례를 드라마와는 다른 시각으로 접할 수 있다.

드라마는 과학은 마음의 공허를 채워주지 못함에 대한 교훈을 각본으로 넣었다.

필립공은 누구에게도 마음 편하게 말하지 못했던 자기고백을 신부님들에게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으며 신앙을 진심으로 받아들인다. 그 후 필립공은 원숙한 중년의 모습으로 여왕을 보필하는 임무에 충실한다.

영성 재활원은 그후로도 40년 동안 지속되었으며 필립공의 마음 속엔 신앙이 자리잡은 것으로 나온다.


-드라마 <더 크라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