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유와 회복에 나오는 방울뱀처럼 굴었던 사연입니다.
에어컨 설비업자는 실내기 5개만 달아놓고 실외기는 여름이 오기 전에 달아주겠다고 약속을 했습니다. 이전 집을 지을 때도 설비를 맡겼기에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여름이 다가왔고 실외기를 달아달라고 연락을 했습니다. 재촉을 하자 차일 피일 미루기를 반복하여 그해 여름을 넘기고 말았습니다. 내용증명을 보냈더니 연락이 두절되었습니다. 속았고 사기를 당했다는 분함이 일었습니다. 집을 지으며 이전에 업자들로부터 참았던 부아가 모두 터져 나왔습니다.
'가만두지 않겠어!'
수소문을 했습니다. 바닥이 좁아서 금새 본거지를 찾아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사기꾼업자로부터 상당수의 사람들이 당해왔고 심지어 몇천만원의 손해를 본 사람도 만났습니다. 왜 신고하지 않느냐고 물었는데 받아내기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날을 잡아 현장을 덥쳤더니 약속을 지키겠노라고 싹싹 빌었습니다. 한번 더 기회를 주고 물러나와서 기다렸지만 다시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화가 머리 끝까지 났고 이행 각서를 만들어서 다시 사무실을 찾아가서 강제로 손가락에 인주를 묻혀서 지장을 찍었습니다.
업자는 다시 여러번 약속을 어겼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법원에서 만난 업자는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였지만 두 해를 속아온 것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법정에서 설치 이행을 명령했고 어길 시 15%의 이자를 지불하라고 판결을 내렸습니다. 법이 사기꾼에게 유리하게 적용한다는 것을 알고 있는 업자는 이를 이용해서 계속하여 사기를 쳐오고 있었습니다. 속에서 판사님에게 대꾸하고 싶은 욕구를 꾹꾹 누르다가 말 할 기회가 오자 15%의 이자는 너무 약하다고 말했습니다. 판사님은 15%는 아주 높은 금리라며 저를 타일렀습니다. '판사님 저는 20%가 넘는 사채를 쓰고 있습니다.' 라는 말을 삼키고 법정을 나왔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업자로부터 나머지 금액을 돌려받았고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할 수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돌아보니 독을 품은 방울뱀처럼 또아리를 틀고 있었던 지난 날 저의 마음이 보입니다. 잘 살펴봤으면 비껴갈 수 있는 사건이었습니다. 목수팀 팀장이 업자를 보더니 저에게 다시 한번 확인해 보라던 말이 떠오릅니다. 또한 다른 친구도 썩 믿을만한 사람이 못되는 것 같다고 말을 해주었습니다. 저는 두 번째 공사였고, 공사 금액을 낮출 수 있는 조건이었기에 조금 더 저렴하게 공사를 할 수 있는 쪽으로 어리석은 선택을 했던 것이었습니다.
영혼의 입장에서 다시 돌아보니 그럴 만한 일이 적절하게 일어났고 사건을 통해서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사기꾼을 맞닥드릴 용기를 선택하였습니다. 법정에서서 진술할 기회를 가짐으로서 법원의 높은 장을 체험을 하였습니다. 법에 대해서도 공부할 기회를 가졌습니다. 업자로부터 분노를 내려놓을 기회도 제공을 받았습니다.
호박사님의 방울뱀 체험 이야기를 읽으며, 한 자아를 궁지에 빠뜨린 또 다른 자아의 발목을 독사처럼 물었던 사건을 떠올리면서 짐짓 미소짓게 됩니다. 지금 그 때 설치한 에어컨 아래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스르르 또아리를 풀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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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교에 있는 산 정상에서 어마어마하게 큰 방울뱀을 만났을 때 이런 일을 경험했다. 통나무집 안으로 발을 들여놓으려는 찰나, 문간 바로 앞에서 똬리를 틀고 있는 거대한 방울뱀을 보았다. 방울뱀을 타고 넘기 위해 발을 올린 순간, 녀석은 머리를 홱 들어 올리고 혓바닥을 날름거리며 나를 물 태세를 취했다. 그 순간 퍼뜩 두려운 생각이 스치고 지나갔다. ‘방망이를 들어서 뱀을 후려칠까? 그냥 냅다 줄행랑을 칠까? 도와 달라고 소리칠까? 지금 나한테는 총이 없지만 누군가 총으로 뱀을 쏴 죽여 줄지도 몰라.’ 사회적인 의식이 내 안에 깔아 놓은 온갖 자기방어적인 생각들이 스쳐갔다.
그러나 천만다행히도 당시 나는 이 기법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지금 이 이야기를 하지도 못하게 됐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이 기법의 사용 여부에 나의 생명이 달려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자동적으로 이 기법을 정확하게 실천하기 시작했다. 이 두려움에 무언가 조처를 취하고 싶은 욕망을, 무언가를 바꾸거나 다루고 싶은 욕망을 내려놓았다. 그 대신 내 안의 큰나 안으로 들어가, 어떤 저항도 없이 내면의 경험이 스스로를 풀어내도록 내버려 두었다. 심지어는 이런 경험을 더욱 많이 반기기도 했다.
우리 의식의 경험 속으로 들어가 보면, 우리의 생존이 이것에 달려 있으며 모든 것을 가져다준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나도 얼마나 잘 내려놓고 신에게 순응하며 이 경험에 대한 저항을 포기하고 풀어 버리느냐에 나의 생존이 달려 있음을 깨달았다. 그래서 저항을 내려놓고 순응하자 두려운 생각들도 즉시 사라져 버리고, 나와 방울뱀 모두에게 깊은 평화의 상태가 찾아들었다.
마치 내가 증인이 된 것 같았다. 그러나 이 증인은 몸에만 한정된 것이 아니라 무한한 의식 속에도 있었다. 그리고 이 형체도 크기도 없는 의식은 평화의 현존을 경험하는 경험자였다. 이 심오한 상태는 그 힘이 아주 강력해서, 뱀은 물론 지금 이 이야기를 하고 있는 나의 인격까지 압도했다.
뱀은 30센티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올려다보았다. 평생에 나 같은 인간은 아마 본 적이 없었을 것이다. 나 역시 커다란 호기심을 안고 방울뱀을 바라보면서 녀석을 형제처럼 받아들였다. 이렇게 우리는 같은 공간 속에서 깊은 친밀감과 함께 하나로 결합되는 것을 느꼈다. 그러자 이런 상태에서 일종의 내적인 기쁨이 솟아오르면서, 두려움의 에너지 장이 사라지고 뱀을 향한 사랑이 일어나는 게 느껴졌다.
의식 지도를 보면 우리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알 수 있다. 그 방울뱀은 아마 부정적인 에너지 장을 지닌 나의 두려움과 분노, 자기를 후려치고 싶은 욕망까지 즉각 감지했을 것이다. 뱀의 에너지 체계를 통과하는 반응은 워낙 빠르기 때문에 내가 정강이를 피하기도 전에 나를 물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다행히 나는 심각한 위협을 느끼자마자 내려놓기를 진심으로, 정말 온 마음으로 실천했다. 완전히 다 내려놓은 것이다! 이런 자발적인 내려놓음 덕분에 수용과 사랑, 기쁨을 통해 깊은 평화의 상태로 곧장 들어갈 수 있었다. 이 경험의 에너지 장 변화를 수치로 표현한다면, 100에서 시작해 거의 600으로 즉각 올라갔다고 할 수 있다.
그 순간 현존(Presence)이, 무한하고 깊고 고요한 현존이, 평화라는 핵심적 본질에 무한한 힘을 지닌 현존이 널리 퍼지면서 경험 전체를 통제해 주었다. 이로써 뱀과 나 모두 두려움에서 벗어나 시간을 초월한 침묵 속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뱀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것 같았다. 우리는 잠시 서로를 바라보았다. 나는 헤어짐으로 이 마법에서 풀려나는 게 아쉬웠다. 그러나 방울뱀은 이내 스르르 사라져 버렸고, 방울처럼 생긴 꼬리에선 더 이상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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