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끼요옷~! 커겅 크룩크룩...... 끼요옷~!"
처음 들어보는 소리가 등 뒤에서 났다. 한 밤의 가운데, 가까운 곳에서 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무슨 일이 벌어졌다. 처음엔 근처 마을에서 나는 확성기 하울링인가 싶었다. 하지만 여러차례 반복되는 소리를 들었고 소리가 나는 곳에서 수풀이 푸덕이며 움직였다. 더럭 겁이 났다. 요괴의 비명 같은 소리가 풀 숲을 흔들며 10m 전방에서 무언가 뛰쳐나올 듯 긴장감이 뒷덜미와 전신으로 돌았다. 다행히도 오늘은 친구와 함께 왔지만 혼자 왔더라면 등골이 오싹하고 다리에 힘이 풀어졌을 수 있었다. 상황이 잦아들길 기다렸다가 산을 내려오기 시작했다. '무엇이었을까? 산돼지는 아니고, 노루도 아니고, 오소리, 너구리......'
시간은 자시를 넘고 있었다.
친구에 의지해서 현장을 한참 벗어난 후에 물었다.
<나> "뭐였을까?"
<친구> "아마 먹이 활동을 하는 것 같아."
<나> "매 소리 같았어! 사냥에 성공하고 내는 매 소리와 사냥감이 내는 소리가 맞는거 같아!"
<친구> "그게 중요해?"
<나> "왜냐면 쫄았거든!"
겁 먹었다는 창피한 이야기를 친구에게 속 시원히 했다.
<친구> "이제 밤에 산에 오면 안돼겠다. 먹이활동 하는 짐승들의 시간을 방해하는 것 같아. 며칠 전에도 두려워하며 경계하는 네발 달린 짐승을 감지했었거든."
<나> "내가 혼자 갔었을 때, 들개랑 오소리 두마리랑 대치하는 것을 봤어."
<친구> "이제부터 그들의 영역을 존중해주자구!"
<나> "그래 그게 좋겠어."
<친구> "그래, 그리고 이제부터 다시 절을 하는 게 낫지 않겠어?"
<나> "......"
나는 겁이 많은 편이었다. 겁이 많은 것은 용기가 없는 것이라 생각했다. 일부러라도 두려움에 맞서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 검도도 배우고, 번지점프도 했었고, 불량배들에 대해서도 맞서야 한다고 생각을 했었다. 소심하게 주눅들어 있는 것보다는 맞서는 것이 응당 용기라고 생각 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용기를 회복했다는 자신감도 있었다. 하지만 어제 밤에는 다시 풀이 죽었다.
영혼과의 소통이 원할한 친구는 별 놀람이 없어 보였다. 타고난 대범함에 반했던 친구였다.
어제 밤의 사건을 통해 깨달은 것은 그것이 에고의 대범함이 아니라 영혼에 훨씬 가까움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현실로 드러나야만 믿을 수 있다는 에고의 버팀이 야밤에 깜짝 놀라서 무너지며 영혼을 자각한다.
그래 매일 무너지자. 원래의 나는 상처받지 않는 영혼이다!
우리는 영적 체험을 하는 인간이 아니라
인간을 체험하는 영적 존재다.
-피에르 떼야르 드 샤르뎅-
우리는 물질적 몸은 이 영역의 탐사선이라고 말했다.
비선형으로부터 선형으로 들어가는 탐사선 probe.
-데이비드 호킨스- 0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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