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팅고 이야기

겁내고, 겁내고, 겁내고,

opener6 2022. 8. 12. 12:25

 우리는 공포가 지닌 다양한 모습에 친숙하다. 걷잡을 수 없는 불안과 공황 상태에 빠지기도 하고 공포로 마비되고 얼어붙은 가운데, 심장이 두근거리고 불안감이 엄습하기도 한다. 걱정은 만성적인 공포며 편집증은 극도의 걱정이다. 약간 불안한 것은 가벼운 형태의 공포다.

 

 공포가 더욱 심각하면, 잔뜩 겁을 먹고, 조심스럽고, 폐쇠적이고, 긴장하고, 낯가리고, 말도 못하고, 심하게 겁내고, 수상쩍어하고, 소심하고, 궁지에 빠져 있는 듯하고, 가책을 느끼고, 무대 공포증에 빠지기도 한다. 아픔과 괴로움을 겁내고, 사는 일을 겁내고, 사랑을 겁내고, 가까워지기를 겁내고, 거절을 겁내고, 실패를 겁내고, 신을 겁내고, 지옥을 겁내고, 지옥살이를 겁니고, 가난을 겁내고, 조롱과 비판을 겁내고, 함정을 겁내고, 자신 없어 겁내고, 위험을 겁내고, 반감을 살까 겁내고, 지루할까 봐 겁내고, 어떤 일의 책임을 맡는 것을 겁내고, 결정 내리기를 겁내고, 지휘권 갖기를 겁내고, 통제력을 잃을까 겁내고, 감정 자체를 겁내고, 조종당할까 봐 겁내고, 들킬까 봐 겁내고, 높은 곳을 겁내고, 섹스를 겁내고, 홀로서기에 따르는 책임을 겁내고, 공포 자체를 겁낸다.

 

 게다가 원인을 자각하지 못하는 공포도 있다. 바로 보복에 대한 공포다. 이 공포는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되받아치고, 공격하고 싶은 기대에서 생긴다. 공포의 대상에 대한 분노가 두려움 이면에 있다가, 공포를 놓아 버렸을 때 종종 드러난다. 공포를 놓아버려서 극복하려는 자발성 덕분에, 그 다음 수준인 분노에 이른 것이다. 이 공포-분노 감정의 조합을 직시해 항복하면, 즉시 자부심과 용기의 수준으로 상승한다. 

 

 대중 연설의 공포

 

 공포 자체에 대한 공포를 놓아 버림은 아주 좋은 실험이다. 공포 겁내기를 멈추고 나면 공포도 단지 어떤 느낌일 뿐이라는 것을 안다. 사실 공포는 우울능보다는 훨씬 견딜 만한 것이다. 심한 우울증에 빠졌던 사람은 놀랍게도 공포의 감정이 되돌아오면 반긴다. 절망보다는 공포를 낫다고 느낀다.

 

 놓아버림 p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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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목수 일을 시작하기가 겁이 났습니다. 일의 고단함을 알기에 더욱 겁이 났습니다. 마흔 살의 나이에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겁이 났습니다. 먼지 투성이의 환경이 겁이 났습니다. 거친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겁이 났습니다. 적응을 못하여 일찍 포기해서 자존심이 상할까봐 겁이 났습니다. 오일장 신문의 구직란을 보고 전화번호를 누르는 순간은 번지점프대에 서서 뛰는 것만큼 용기를 필요로 했습니다.

 

 예상대로였습니다. 몇 달간은 손 발이 부르트고 인대가 오그라들어서 파스를 돌돌 감고 잠을 잤습니다. 천장의 튀어나온 못에 머리를 박아서 병원에 가기도 하고, 몸의 아픈 곳이 도져서 난감했습니다. 서투름이 도처에서 드러나니 자존감이 바닥이 났습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서 오늘 하루만 더 버텨보자 다짐하며 하루 하루 지내다 보니, 며칠 그리고  몇 달을 더 버틸 수가 있었고, 그렇게 몇 년을 버틸 수가 있었고, 집도 지을 수가 있었습니다.

 

 

 <그때의 기록입니다>

 

이제 공사판에 슬슬 적응이 되는지 훈훈한 광경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한 가족이 팀이 되어 타일을 붙입니다.

어머니가 시멘을 섞고 타일을 자르면 아버지가 붙입니다.

아들은 타일 박스를 나르며 잔 심부름을 합니다.(방학인가 봅니다.)

호흡이 척척입니다.

 

삼촌과 조카가 팀이 되어 미장을 합니다.

묵묵히 일만 합니다. 말이 필요치 않나봅니다.

어깨너머로 눈동냥 하노라면 탄성이 절로 나옵니다.

 

형은 베테랑 목수이고 아우는 새끼목수입니다.

형의 잃어버린 손가락 두개가 눈에 들어옵니다.

하지만 그들의 일을 보노라면 굿판을 보는 것처럼 신명이 납니다.

 

얼마전 전설의 곰빵꾼들을 보았습니다.

3,4 층으로 모래를 져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들의 물찬 생선 같은 종아리를 보았습니다.

펄떡이는 물고기 같은 움직임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힘들겠구나.' '힘들것이다.' 라는 생각이 끊어졌습니다.

평생을 쫓아왔고 도망 다녔던

'삶은 힘든 것이야!' 라는 생각이 삭제 되었습니다.

 

모두들 정말 부지런합니다.

각 분야의 베테랑들은 일이 끊어지지 않습니다.

한가지 일을 길게 끌지 않고 후딱 마치고 다른 작업으로 뛰어드는 것입니다.

일을 치러내는 소화력이 정말 대단합니다.

 

집이 한 채 지어지기 까지는 여러 분야의 숙련공들의 손길이 곳곳에 배어있었습니다.

볼려고 하지 않으면 절대로 볼 수 없는 그분들의 땀과 열정이 제가 살고 있는 집에도 속속들이 배어있음을 알았습니다.

 

일에 열중하고 있는 그 분들의 눈빛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어디에서 무엇을 하든 자신의 눈빛이 빛나는 일을 하는 사람들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하지만

"당신의 눈빛은 정말 아름답습니다."

차마 이런 말씀은 못드리겠더라구요.

그분들의 작은 바램중 하나는 다치지 않고 아픈데 없이 한달에 20일 이상 꾸준히 일하는 것이기에.

그래야만 근근히 꾸려가는 삶이기에......

 

....................이때에는 삶을 근근히 꾸려간다는 편협한 시각도 함께 있었네요.

 

 

저는 지금 영혼에 대해 말한다는 것이 마치 지난 날,

공사판 현장에 뛰어들 때의 걱정과 부담이 딱 그만큼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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