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보름,코봉이 이야기

나를 신뢰하는, 나와 함께하는 2012.05.23

opener6 2013. 4. 12. 23:25

 

 

잠시라도 안아보려고하면 기를쓰고 빠져나가려 바둥거리고 만져지기 꺼려하던

 

보름이가 처음 내 무릎에 올라와 가릉거리며 쓰다듬는 손길에 사랑스런 몸짓을 보였던 때가 떠오릅니다.

 

집사람에게 보름이가 그러노라고 여러차례 이야기를 들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사실인지 궁금함은 듣고 난 후 옅은 미소와 함께 사라지곤 했습니다.

 

어느날 집사람과 나란히 앉아서 두런두런 이야기를 할적에 보름이가 슬며시 와서 집사람과 저를 번갈아 바라봤습니다.

 

그 때, 집사람이 "괜찮아 올라가 봐"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곤 저에게 보름이가 당신 무릎에 올라가도 되는지 묻는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당황스러웠습니다.

 

얼떨결에 내어준 무릎에 폴짝 올라오더니 한 살 반짜리 보름이가 저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것이었습니다.

 

무심결로 어색하게 쓰다듬었고 마음은 어떤 충격에 진동하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표현하자면 처음으로 겪어보는 무조건적 신뢰와 같은 것이었습니다.

 

나. 를. 신. 뢰. 하. 는. 

 

 

 

 

 

 

 

어끄제 쉬는 날 오전에 루가 다리 사이를 스치며 지나가는데 무척 색다른 느낌이었습니다.

 

밥 달라고 조를 때 부비던 그 것과 다른 루의 표현을 들었습니다.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걸음을 옮겼고 루는 다리 사이로 따라 걸어나왔습니다.

 

쑈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을 루가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루와 거실 산책을 했습니다.

 

이 광경을 집사람에게 자랑을 했더니 집사람 왈...

 

"루가 당신을 조련하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우리는 한바탕 웃었습니다.

 

냉정하게 보면 제가 다리를 이리 저리 꼬면서 걸었고 루는 무심히 제 다리를 스쳤을 뿐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의 마음에 루가 보낸 표현은 이것이었습니다.

 

나. 와. 함. 께. 하. 는.

 

 

 

 

 

 

 

돌이켜보면 저는 루와 보름이에게 자상한 집사가 아니었습니다.

 

집사람이 사료를 비벼주는 캔의 양과 종류가 많아지는 것 가지고도 버릇 잘못 들인다고 속으로 궁시렁 거렸고

 

스트레스 푸느라 바둑 두는데 바깥에서 무슨 불만에서인지 냥냥거리는 루에게 야단을 쳐댔던 날들이 무수합니다.

 

놀아주라면 꼬맹이 냥이를 천정에 닿을 듯 던져서 받기 놀이를 일삼았었습니다.

 

더울것이라 짐작하며 숭덩숭덩 깎아놓은 스타일에 얼마나 속이 상했을지 배려심도 없었습니다.

 

 

 

 

 

 

 

어느덧 냥이와 함께 보낸 세월이 루와 1년 8개월 보름이와 1년 4개월이 지났습니다.

 

보름이는 지금도 자다가 깨서 강아지처럼 냥냥거리며 인기척을 찾고,

 

루는 원하는게 무엇인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꿍얼거리며 돌아다닙니다.

 

이 꿍얼거림은 아마도 알아 들을 때까지 계속 되겠지요.

 

루야~ 보름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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