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팅고 이야기

ok good! 2011.07.19

opener6 2013. 4. 13. 12:07

 

얼마전 큰 용기를 내어서 오일장 구직란의 인테리어 회사에 취직을 했습니다.

출근을 하고 보니 제가 생각했던 방향과는 조금 다른 일이었습니다.

오일간을 시멘트 보드를 켜서 벽에 붙이는 작업을 했는데 평생 맡아본 먼지 곱하기10 정도 되는 먼지를 뒤집어 썼습니다.

그리고, 하나 깨달은 것은 제가 이분야에 완전 초짜라는 것이었습니다.

달인들이 펼치는 속도를 겸비한 정밀함과 일머리 앞에 저의 꼼꼼함은 허수룩함 투성이로 무릎을 꿇었습니다.

 

상황이 이지경이 되자 2층으로 자재를 올리는 도중에 잊고 지냈던 오랜 동반자가 몇년만에 찾아왔습니다.

중학교때 다친 오른쪽 장경인대 부위의 다리의 통증은 꾸준히 주기적으로 따라다녔습니다.

병원에서도 고쳐주지 못했고, 침을 맞아도 피를 뽑아도 소용이 없었습니다.

이십년 흐른 후 아픔이 몇배로 도져서 결국 스스로 고쳐야겠다고 작심을 하고 인산선생의 책에 나온대로

밤톨만한 뜸을 뜨기 시작하여 이빨 꼭 깨물고 하루에 열장씩 열흘은 뜬 것 같습니다.

움푹 패인 살이 아문 이후로 통증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그 후로 반바지를 입으면 드러나는 오른쪽 다리의 화상은 저에게는 훈장같은 자랑거리였습니다.

 

막상 다리가 아파오니 걱정이었습니다.

이걸 어쩌나 어떻게 용기를 내어서 뛰어든 일인데... 남들이 보면 고작 다리 하나 아프다는 핑계밖에 안될테고...

더불어 이 먼지 다 뒤집어 쓰고 일을 계속 해 나갈 자신감도 덩달아 술렁거립니다.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할만큼 최대한 다리를 절뚝거리며 오일을 보조하고 현장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다른 현장으로 이동했는데 아뿔싸! 젠장! 이번엔 3층 다락방 공사까지 오르락 내리락 하는 일입니다.

또 며칠을 절뚝거리며 보조일을 했습니다.

다음 공사는 오! 마이 갓! 4층입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천정에 튀어 나온 못에 찔려 머리를 세바늘 꿰메고 파상풍 주사를 맞고나서 뭔가를 보았습니다.

다리의 통증은 제가 어느 상황에서 풀지 못하고 어영부영 넘겼던 문제들과 닿아있는 것 같았습니다.

 

중학교 때 놓쳤던 인수분해 이후의 수학의 기억이며, 집안 사정으로 고등학교 때 대학을 포기했던 기억이며,

우유부단한 성격으로 딱부러지게 의사를 표현하지 못했던 기억들이며,

한옥학교 때 선자연을 제대로 이해하고 걸어보지 못했던 기억이며, 소목과정을 중도에 그만 뒀던 기억이며,

집 짓는 과정에 대한 이해부족의 두려움이며, 창의력이 부족하다 생각하는 두려움이며,

불확실한 앞날에 대한 걱정이 몸으로 드러나는 것을 직감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저녁 곰곰히 생각했습니다.

학교에서 했던 공부들이 현실에서 어떻게 쓰일 줄 알았더라면 좋았을텐데.

뒤집어서. 그러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 공부를 하면 될일이네!

음. 나는 지금 장학금 받으며 학교를 다니고 있구나!  

OK GOOD!

 

ps. 어제 오늘 다리의 통증은 아주 많이 경감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