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년 전 쯔음 전북 진안에서 스트로베일 집짓기 학교에서 겪은 일입니다.
볏짚을 소재로 집을 지어보고자 연령과 성별도 다양한 스무남명 정도의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저보다 나이 어린 사람들보다는 사오륙십대 형님들과 일흔이 넘으신 형님도 계셨습니다.
여자분도 세분이나 오셨습니다.
첫날 방 배정을 했습니다.
남자들이 묵을 숙소는 방 네개짜리 마을회관이 되었고,
여자분들은 건넛마 회관으로 숙소를 잡았습니다.
방 하나는 진행팀으로 배정이 되었고,
한방은 무작위로 들어가셨습니다.
그리고 남은 두 방은 코골이방과 얌전이 방이 되었습니다.
물론 저는 얌전이 방을 택했습니다.
스스로 신경이 예민한 편이라고 생각해서 그런지 잠자는데 신경을 많이 쓰는 편입니다.
얌전이 방에 낄 수 있어서 무척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얌전이 방에서 코를 고는 분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날이 갈 수록 한분 두분 세분 늘어갔습니다.
집 짓는 일이 힘들긴 힘든가 봅니다.
급기야 잠꼬대까지 하는 분도 계십니다.
전날 밤 소음의 임자가 잠깐 자리를 비우노라 치면 그분의 귀가 간지러울 말이 나오곤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옆자리 형님이 저한테 코 많이 골더라고 합니다.
"정말이요??" 하고 되물었더니
"아, 이사람. 자네 맨날 골아!" 라는 말이 되돌아옵니다.
순간 당황했습니다.
'아! 내가 코를 골았다니...'
그래서 오른쪽 큰 형님께 재차 확인을 했습니다.
"형님. 정말 제가 코를 골던가요?"
"이 방에 코 안고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마음씨 좋은 형님은 별 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대꾸해 주십니다.
그리고, 그날부터 남들이 코를 골던 이빨을 갈던 신경을 쓰지 않고 잠들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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