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팅고 이야기

미화

opener6 2020. 11. 17. 02:05
처칠의(510) 80세 생일을 맞아 내각의 원로들은 그에게 주는 선물로 초상화를 화가에게 의뢰한다.

화가에게 처칠은 그림이 스스로가 보기 좋게 그려지길 것을 당부하지만 화가는 화가의 눈에 비쳐지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낼 것이었다.

그림에 조예가 있었던 처칠은 화가의 그림을 관찰하며 그의 내면을 보았고, 화가는 처칠의 그림을 관찰하며 그의 겉으로 드러나지지 않는 면모를 보았다.

처칠이 물었다. 화가의 그림 속의 검고 뒤틀린 나무의 채색과 구도의 의미에 대해서. 그 시절 태어난지 두달된 아들이 죽었고 매우 암울했던 상태였다고 화가는 말했다. 처칠은 그의 상처를 들춘 것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했다.

화가가 말했다. 처칠이 그린 연못의 그림이 인상적이었다고. 여러차례의 덧칠과 배회의 흔적과 알 수 없는 깊이의 심연에 대해서. 그때 머릿결이 매우 아름다운 두살배기 아들이 죽었고 연못을 팠다고 처칠은 말했다. 화가는 진심의 유감을 표했고 둘은 서로의 그림을 통해 자신들의 아픈 과거를 회상하며 서로를 위로했다.

생일 잔치에서 공개된 그림을 본 처칠은 애국심이 가득한것 같다는 평으로 자신의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그림속의 처칠은 매우 완고하고 독선적이며 쇠퇴해가는 자신에 대한 비평들에 대해 화내고 있는 모습이었다.

화가난 처칠에게 화가는 지금의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꾸밈없이 받아들이라고 진심어린 충고를 한다. 병들고 늙어가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처칠은 화려했던 자신의 과거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더없이 강했고 좋은 면으로 기록되길 원했을 것이다.

퇴임을 결정한 처칠은 자신이 더는 가르칠 것 없이 없노라며 성장한 여왕께 진심으로 예를 갖추며 자리에서 물러난다.

하지만 그는 그림을 받아들이지 않고 불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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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을 미화시킵니다. 그것을 제대로 아는 사람이라면 더 이상 자신의 이야기를 즐겨하지 않을 것입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이야기와 과거의 이야기로 동양그릇 삼는 자신을 언젠가는 발견하게 됩니다.

우리는 서로가 서로에게 처칠의 화가처럼 정곡을 찔러줄 수 있어야 하지만 우리가 그렇지 못하는 것은 스스로 떳떳하지 않음으로 인한 거짓 겸손과 수줍음 때문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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