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이맘 때 아버지를 따라 송이버섯을 따러 다니곤 했습니다. 송이버섯을 발견하는 기쁨은 짜릿했습니다. 간혹 싸리 버섯, 노란 꾀꼬리 버섯 같은 식용 버섯도 따셨습니다. 아버지는 독버섯에 대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쫄깃하여 길게 찢어지는 버섯은 대부분 먹을 수 있는 것이고 툭툭 부러지거나 바스라지는 것은 먹지 못하는 것이라는 상식과 더불어 처음 보거나 미심쩍은 것은 꼭 정체를 알고나서 먹어야하고 왠만하면 그냥 두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간혹 독버섯을 잘못 복용하여 발생한 사고를 접하게 됩니다. 독버섯이란 단지 식용하지 못할 뿐인데 판단 미스로 인한 사고로부터 독버섯은 나쁜 것으로 꼬리표가 붙습니다. 산길을 걷다 보면 짓밟힌 독버섯을 보기도 합니다. 버섯은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오명을 쓰고 부정관의 인식을 가진 사람에게 뜨인 즉시 짓밟힙니다.
우리의 기억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감정이 부정관으로 자리하면 독버섯처럼 꼬리표가 매겨져서 평생을 불편한 감정으로 낙인 찍은 채 살아갑니다.
에고가 무의식적으로 말합니다.
'내 눈에 독버섯이 띄었어. 밟아버리자'
의식이 깨어나면
저건 독버섯이니까 나와 상관 없는 것이 되어 그냥 두거나 혹은 관심을 가져서 알아볼지 말지 선택을 합니다.
혐오의 감정이란 위험에 대한 자연적 신호로 해석하기도 합니다. 그러므로 혐오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이에 따른 감정으로 일으키는 가학적 쾌감에 맛들인 것을 의미한다고 들었습니다.
독버섯은 버섯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독이 든 버섯으로 인식하는 순간 위해를 가하는 것으로 낙인 찍어서 결정의 힘을 발산하는 것에 단물을 얻는 것입니다.
안 먹으면 그만인데 말이죠.
어떤 대상을 통해 나쁘다거나 싫다고 여겼던 감정들을 통해서 얻었던 보상이 에고의 영역에서 대상을 비판함으로써 결정권자의 지위를 획득하려는 자부심임을 알고 놓아 버림을 행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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