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을 먹는 사람들이 있고, 만드는 사람들이 있고, 밀을 수월하게 먹을 수 있도록 빵이란 것을 고안한 지혜를 터득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신께서는 영혼을 통해 빵을 만드는 지혜를 내리십니다.
빵은 기본적으로 밀가루와 물과 소금과 효모(이스트)를 필요로 합니다. 소화가 잘 되는 더 건강한 빵을 만드는 사람들은 밀가루 자체에 있는 균을 활성화 시켜서 반죽에 발효를 일으킵니다.
청년 때 바구니 달린 자전거에 담겨있는 바게트는 낭만적으로 보였습니다. 더해서 자전거의 주인이 긴 머리 아가씨라면 더욱 매력적일 것입니다.
나이가 들어 머리숱이 줄어들기 시작하던 어느날 구수한 풍미의 바삭한 바게트를 만드는 것이 목표가 되었습니다.
밀가루에 물을 부어서 치대면 손가락에 끈적하게 달라붙는 느낌이 좋지가 않았습니다.
'아! 싫다'
손에 빵판에 그릇에 묻은 반죽은 싫어하는 사람을 대면할 때 생기는 끈끈한 감정과도 같이 불편했습니다. 심지어 설거지할 때 수세미에도 끼어서 잘 안빠지는 등의 짜증을 유발시켰습니다.
하지만 한참을 주무르다 보면 점차 반죽끼리 뭉쳐서 손바닥에 달라 붙었던 것까지 떼어 간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이때는 설거지 방법도 터득하게 됩니다. 쉽게 끼는 수세미 대신에 탁탁 털면 쉽게 빠지는 실리콘 수세미를 쓰게 됩니다.
빵을 만드는 과정 가운데 가장 어려워하는 것은 발효 타이밍입니다. 발효는 1차 발효를 거쳐서 기포를 빼내고 글루텐이 잠시 느슨해지도록 벤치타임을 가진 후 성형을 해서 2차 발효를 시킵니다. 이때에 발효가 된 정도를 알아차리는 데까지 적잖은 기다림이 필요합니다. 조바심과 지루함을 넘어서 인내심을 배우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충분한 경험이 생기면 빵을 만드는 것은 라면을 삶는 것과 다를 바 없어집니다. 아무 브랜드의 라면에나 콩나물도 넣고, 파도 썰고, 오징어도 한마리 넣어서 라면을 끓이듯, 밀가루의 약간의 특성을 파악하고 만드는 시간에 대비해서 이스트의 양도 조절을 합니다. 전날 반죽해서 냉장고에 저온 숙성하면 한층 구수하고 소화가 잘 되는 빵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발효가 덜 되어 빵을 구우면 무거운 빵이 만들어집니다. 발효가 과하면 굽는 가운데 주저앉으며 시큼한 냄새가 나게 됩니다.
여기까지 오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과정에서 일어났던 시행착오들은 처음 배우는 사람들이 실수 했을 때에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알려줄 수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해볼만한 실수들을 다 치르고, 해보고 싶은 과정도 해볼만큼 거치고 나면 비로서 구수하고 소화 잘되는 빵을 무덤덤하게 굽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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