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밤중에 시렁에서 누에가
서걱서걱 부지런히 뽕잎을 갉는다
꼼질꼼질 요란도 하다
그것 밖에 모르는지라
어느새 손가락 만큼
부둥부둥 하게 징그럽던 녀석이
숨 죽여 곱고 질긴 비단실을 게운다
쉼 없이 세심하게 실을 잣는다
미련 없이 입장 없이
알맞게 지은 고치 속으로
모습을 감추고
조바심을 잠재우고
이전의 모습을 잊히우고
꿈에서 깨어나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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