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를 보다가 아내가 질문을 해왔다.
자신의 어떤 점이 좋은지 다섯 가지를 말해달라고 했다.
그래서 주섬주섬 말해주었다.
그런데 뭔가 막혀오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질문은 여러 번 받았었고, 여러 번 비슷하게 대꾸해 주었다는 것을.
나와 전혀 다른 그녀의 모습에 반했었고, 그 흔적을 아직까지 더듬는 나를 보았다.
아내가 말했다.
그런 대답은 당신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서도 늘 듣고 있다고.
아차! 싶은 나머지
“당신이 나를 늘 일깨워 주어서...”
라고 둘러대는데 순간 현기증이 밀려왔다.
아내가 이어 말했다.
늘 당신과 함께 있고 싶은데, 당신은 가끔 어디 먼 곳에 있는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머리가 (((((딩)))) 하면서 흩어져 떠다니고 있던 생각들이 빨려들어와 땅으로 쑥 꺼지는 듯 했다.
나 자신만이 바라던 것의 만족을 사랑이라고 표현해왔음이 집사람으로부터 공명되었다.
몸은 함께 있어도 수만가지 생각의 갈래 길을 서성거리는 시간을 제외하면
내가 아내와 함께 있는 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이 순간에 존재하지 않으면 우리는 함께 한다고 할 수 없음을.
온 몸이 텅 빈 징처럼 울리고 있었고,
나는 아주 오랜만에 그녀 곁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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