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팅고 이야기

어떤 아이와 함께 2013.02.15

opener6 2013. 4. 13. 13:09

(하귀 하나로마트 건담 파란색 20400원)

 

크리스마스 트리 양말에 포스트잇으로 부쳐놓은 이제 막 아홉살이 된 아이의 희망 내역입니다.

 

결국 자신의 의도에 맞게 아이는 원하는 건담을 얻었습니다.  

 

아이를 통해 구체적 원함이란 무엇인지를 배웁니다.

 

 

 

이 아이와 두달 넘게 가까이 지켜보면서 흥미로운 사실들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아이의 의식은 500대 초반으로 측정되었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측정의 오류를 의심도 했습니다.

 

건담을 갖고도 닌자고의 어썰트바이크에 마음이 붙들려 생떼를 쓰는 아이는 욕망 그 자체였으니까요.

 

절대 그러지 않겠다며 약속한 것에 대한 어김도 여느 아이와 다를 바 없었습니다.

 

그러나 다른점은 분명 있었습니다.

 

측정상의 500이라는 수치 때문이었는지 마음에 아이와의 어떤 자력감 같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한번은 오름을 함께 오른 적이 있었습니다.

 

동행했던 아내와 아이의 엄마와 쌍둥이 여동생은 8부 능선에서 돌아 내려가야하는 일이 생겼습니다.

 

아이와 저는 거의 다 올라온 것이 아까와서 조금 더 가보자는 것에 의견을 동의했습니다.

 

정상에 다다른 아이는 함께 못 올라온 것이 무척 아쉽다고 했고

 

정상에서 보는  아름다운 경관을 감탄해하며 아이답지 않은 태도를 보였습니다.

 

 

 

내려오는 길에서 잘못 든 길을 돌아갈까 하다가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올래길 가운데 길이었고 다른 곳으로 가봤자 크게 멀지 않은 곳일텐데 모험 한번 해보는게 어떨까?

 

아이는 흔쾌히 모험을 즐기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모험길은 막다른 공동묘지로 이어졌고 혹시 너무 길어져서 아이가 지치지 않을까에 대한 우려가 올라왔습니다.

 

저는 모험가 다운 모습으로 호연지기에 대해 설명을 하면서 티를 안내려고 애를 썼습니다.

 

 

 

아이가 슬슬 걸음이 지칠 즈음 얼마나 다행인지 저쪽에 절이 보였습니다.

 

절을 지나 우리가 올라왔던 길이 보였고 저는 아이를 업었습니다.

 

"길을 잃었을까 걱정하지 않았니?"

 

"아니 전혀요."

 

"나는 조금 걱정했단다. 이러이러 저러저러..."

 

"이해했어요."

 

한마디에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오늘 우리는 노루생태관찰원을 다녀왔습니다.

 

가족끼리 다랑쉬에서 모두들 노루를 모두 봤는데 자기가 달려간 사이 노루가 도망쳤다고 상당히 골을 냈기에

 

오늘 일정에 노루를 보기로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가까운 곳에서 처음 본 노루는 신선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노루를 보고나서 작은 오름으로 산책을 오르려는데 아이의 발걸음이 무거워졌습니다.

 

 

 

닌자고에 나오는 마음의 짐에 대해서 말해줍니다.

 

잠재력을 써서 올라가자고 응원가를 불러줍니다.

 

정상에는 평화가 있고 거기에 다다르면 무한한 잠재력을 쓸 수 있다는 말에 추진력을 얻습니다.

 

바람이 불고 추울 것 같았던 길은 오히려 바람이 자고 고즈넉합니다.

 

무언가에 대해서 생각을 하다가 멈추고 아이에게 물었습니다.

 

"무슨 생각해?"

 

"아무 생각도 안해요."

 

"아! 아무 생각도 안하니까 잠재력이 나오는구나."

 

아이와 저는 얼굴을 마주쳤고 함께 웃었습니다.

 

저는 어깨동무를 걸었고 친구 같이가지 했습니다.

 

 

 

 

의식을 살펴보면 300대가 왜저래? 400대가 왜저래? 이런 의문이 들 때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그 의식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취할 수 있는 의식임을 알았습니다.

 

최선의 선택지를 선택할 수 있도록 의식을 돕는 길이 저의 길임도 봅니다.

 

저에게 부딛치는 어떤 저항감도 그의 본질이 아니며 저의 본질도 아님을 이제 압니다.

 

최선의 선택지에서 더 나은 선택지를 향해 갈수 있는 길이 수행의 길임을 압니다.

 

이제 당신에게 가졌던 모든 편견을 내맡깁니다.

 

당신과 함께 해왔을 때와 앞으로 함께 함을 가정했을때 불편하게 일어나는 모든 마음을 내맡깁니다.

 

신께 떠맡기고 싶을 만큼 불편했던 상대의 마음은 저의 마음이었습니다.

 

저를 지지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