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봉이가 가족이 된지 어느덧 6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그동안 코봉이의 변화를 지켜보면 그것은 분명 코봉이의 레팅고였습니다.
사납던 길 고양이 코봉이가 얌전해진 집고양이 코봉이로 거듭 난 레팅고 사연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코봉이의 싸나움의 원인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 밝혀졌습니다.
집 주변에서 여러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는데
그중에 코봉이와 판박이로 똑 같이 생긴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습니다.
알고 보니 코봉이의 엄마고양이었고 드문드문 관찰결과 여러마리의 고양이를 거느리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동네에서 꽤 먼 거리까지 나들이 다니는 것을 목격할 정도로 활동력이 좋았습니다.
먹이 앞에서는 주면 주변 고양이들을 다 물리치고 독식하는 힘센 고양이였습니다.
그러면 코봉이가 가족원이 되어가는 사연은 앞선 글로 말씀 드린 부분은 빼고 다음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어느 순간부터인가 코봉이가 잠자는 발치에 다가와 발가락 장난을 치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스킨쉽이 늘더니 밥 주는 시간이면 어김없이 다가와 부비부비를 시작했습니다.
얼마전부터는 잠자는 다리 사이로 저벅저벅 걸어와 척 드러누웠습니다.
코봉이의 눈부신 발전에 마냥 흐뭇했습니다.
하지만 아직 가족 외엔 모두가 달아나고 숨어야 할 대상이었습니다.
그 무렵 저는 다시금 불거진 관계의 수렁에서 벗어나기 위해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습니다.
엉기고 흩어진 마음갈래를 추스리며 깊은 속앓이를 치르고 있었습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상황에 버무려진 일터의 분진들이 폐부로 들어와 근 보름을 밤 새 해소기침을 쏟아내었습니다.
그렇게 한달 여 내맡김의 시간을 보냈고, 진작 공부했었더라면 수월했었을 내맡김을
집사람의 권함을 미루고 미루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까지 몰리고서야 미련하게 해내고 있었습니다.
겨우 호흡을 고르고서 뒤늦게 호박사님의 레팅고를 접한 후 알았고 무릎을 쳤습니다.
그리곤 무릎을 친 김에 코봉이의 얘기치 않은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레팅고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으로 지인 분들과 며칠 함께 하는 시간에 드디어 일이 시작되었습니다.
어느날 코봉이가 밤 새 토하기 시작했습니다.
헤어볼을 토하는 줄 알았지만 멀건 물만 쏟아낼 정도로 비명을 지르며 밤이 깊었습니다.
새벽녘에 따뜻한 물수건으로 닦아주자 잠이 들었고 진정이 되었습니다.
병원에 데려가야 하는지는 진실측정으로 큰 병이 없는 것으로 나왔습니다.
낯선 손님들로부터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이었음이었다는 결론을 내렸고
마음으로 좀 더 코봉이를 배려해주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며칠은 잠잠하게 잘 지났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아이들 몇이 하루 종일 신나게 놀다가 간 날 밤 이번엔 전보다 더 심하게 토했습니다.
코봉이는 따뜻한 물수건으로 진정되지 않고 구토는 계속 진행 되었습니다.
여러 생각들이 오갔습니다.
큰 병일까? 병이면 어떻게 한담. 수술은. 건강했었는데. 병은 아닐꺼야 코끝도 촉촉하고 눈빛도 생생한걸?
측정도 괜찮은 걸로 나왔잖아! 도대체 어떻하라고...
그리고 나서 저는 다음일은 나몰라라 신께 떠맡기고 세상 편하게 잠들었습니다.
다음날 깨어보니 코봉이는 아침까지 토하다가 겨우 진정이 되었다고 집사람이 말했습니다.
집사람은 병원에 데려 가는게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오늘은 일요일이라 병원은 쉬니까 진정되는 걸 보고 평일에... 라고 말하자
응급진료는 받는다는 집사람의 말에 마지못해 병원 자동 응답기에 전화번호를 남겼습니다.
따르릉~ 아! 병원. 깜빡 잊고 있던 찰나 병원에서 전화가 왔습니다.
다시 머릿속은 분주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코봉이를 이동가방에 넣는 일이 큰일 이었습니다.
요리 조리 도망 다니다가 오랜만에 하악질도 한번 합니다.
쩔쩔 매는 저를 보더니 집사람이 코봉이에게 병원 가서 아픈 거 낫고 오자고 말하며 달랩니다.
집사람의 설득이 통했습니다.
저의 우려에 훨씬 못 미쳐 고분고분 이동가방에 넣어졌습니다.
가는 길에 이동가방에서 나오려고 잠시 발버둥 치다가 조용해졌습니다.
동물병원에 도착하자 루와 보름이를 잘 살펴주셨던 연세 지긋하신 원장선생님께서 코봉이를 진찰하셨습니다.
혹시 무슨 큰 병은 아닌가요?
원장선생님 말씀은 미열이 조금 있고 감기에 걸리면 잘 토하기도 한다고 하십니다.
별 일 아닐테니 걱정 마라십니다.
그리고 코봉이에게 주사 네방을 주셨습니다.
염려와는 달리 코봉이는 꿈쩍도 않고 주사 네방을 받아들입니다.
병원에서 함께하는 동안 코봉이의 눈을 마주치니 함께하는 동안
코봉이 스스로 했었을 레팅고가 마음에 짠하게 떠오릅니다.
우리에겐 무척이나 더딘 걸음으로 여겨지던 한발짝 한발짝의 걸음 걸음 속에는
자신의 내맡김으로 겪어야 했던 뿌리 깊은 두려움이 존재했었을 것입니다.
코봉이 자신도 모르게 깊이 내맡겨짐의 장과 길고양이 유전자로부터 흘러나오는 무의식장의 깊은 골.
코봉이는 그 깊은 나락에서 힘겨운 싸움을 치르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코봉이가 크게 아프기 며칠 전부터는 몇 분이 모여 레팅고의 시간을 조용히 가질 때
코봉이는 손님분들게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아프기 전날 즈음에는 한 아이의 손길을 허용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다가도 분위기가 활발해지면 화들짝 놀라서 숨었습니다.
그런 코봉이의 모습을 보는 저의 마음에 코봉이와 닮은 모습을 발견하긴 어렵진 않았습니다.
다만 그런 마음을 어떻게 내맡길 것인가는 쉽지가 않았고,
코봉이의 내맡김과 닮은 꼴 과정을 밟고 있는 저를 보았습니다.
저의 눈에 비친 사람들의 부정성으로 인하여 가려진 내면의 진실성을 거절하고 있었습니다.
저의 마음속 깊이 원함이 무엇이었는지가 현장에서 잃어버린 공구처럼 하나씩 둘씩 내팽기듯 지낸 결과였습니다.
매일 저 자신의 돌봄의 시간을 진실 되게 허용하지 않음이었습니다.
그것으로 인하여 에고의 본래 그러함을 내 안으로 끌어들여 함께 수런거림이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코봉이는 마치 돌아올 기약 없던 길을 다녀온 냥 깊이 쉬었습니다.
저도 먼 곳을 다녀온 것처럼 시름의 짐을 풀었습니다.
코봉이는 가족 외의 사람들을 편하게 맞이할 준비를 한 듯 보여 지고
저도 이제 그동안 겪어왔던 부딪침의 장벽을 허물고 함께 어울려 할 수 있는 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레팅고를 하면서 한 허물 한 허물 벗음으로 인해 이전에는 갈등을 겪고 지났어야 할 부분들이 차츰
아무렇지도 않게 허용되어지는 것이 기적처럼 일어납니다.
시작은 자존심에 생채기를 내듯 어렵사리 포기하던 허물들이 점차 수월하게 내려놓아짐으로 인해
가슴에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듯이 솟는 샘물 같은 시원함이 있습니다.
그동안 눈에 거슬리던 걸림이 덜어져 이전보다 훨씬 자유롭게 사람들을 마주합니다.
레팅고를 함으로써 어렵던 관계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스스로 존중하고 허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 코봉이는 함께 레팅고를 하시던 이웃 아주머니의 옷자락에 몸을 부비며
자신의 가릉거림 세레나데에 흠씬 젖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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