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팅고 이야기 93

-새 술은 새 부대에- 성경에 술이 자주 등장한다. 술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술은 에고의 저항을 누그러뜨리는 에너지의 역할을 의미한다. 흥청망청 마시는 술의 의미가 아니라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의 도움을 뜻한다. 맨정신으로 자신의 과오를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딱! 남들만큼만 특별하다. (이태리 속담) 특별함을 내려놓고 자아의 속성을 받아들이자. 성령의 기운이 몸에 스며들어 보다 자연스러운 내맡김이 되어지는 상태를 술을 마시는 것으로 표현을 했다. 술을 마시자. 완악한 자아를 항복시키는 길은 성령의 도움을 구하는 것이다. 술을 마시자. 성령의 도움을 구하자! (성경에서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님이 예수님께 청원하신다. 떨어진 술을 만들어 달라신다. 예수님은 잠재의식이고 마리아님은 현재의 나의 의식이다...

대면

자신과의 대면을 꺼려해서 어색하게 굳어버린 사람이 되었다. 나 자신을 미화시키느라 덕지덕지 붙여논 것이 오뉴월의 두룽다리가 되었다. 기만이 되었다. 자기기만이 되었다. 몰캉하게 녹아나야 이리저리 만져라도 볼 것을 힘주어 구부리자니 부러질까 위태롭다. 그냥 부러지자 뚝! 박살이 나자 와장창! 깨달음은 광명한 존재를 쫒아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면의 어둠을 대면할 때 온다.

소 이야기

경허선사님의 이야기 중 콧구멍 없는 소라는 말을 듣고 문득 깨달음을 얻으셨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어떤 노인께서 '소로 태어난다면 콧구멍 없는 소로 태어나지!' 라고 말씀을 하셨을때, '길들일 필요 없는 소로 태어난다? 좋은 발상이군!' 했습니다. 몇해 전 네팔 여행에서 소가 밭을 가는 정겨운 풍경을 사진에 담게 되었습니다. 가까이에서 보았더니 신기하게도 소들은 코뚜레를 꿰지 않았습니다. 할아버지는 한마리도 아닌 두마리를 이용해서 쟁기질을 하고 계셨습니다. 코뚜레 없는 소로 밭을 가는 일이 가능한가? 의심할 새도 없이 눈 앞에서 소들은 사람의 말을 잘 따르고 있었습니다. 저는 한국에서 어떻게 소를 길들여 밭을 가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어릴때 지켜본 바로 소는 어른소가 되기 전에 송아지가 어느 정도 ..

샘터

십년 전 우진제비 옹달샘터엔 낡은 벤치도 있었고 뽕나무도 한그루 있었다. 샘은 거울같이 맑았고 인적은 드물었다. 어느날 찾아간 샘터에는 물은 말랐고 뽕나무는 기력이 쇠해보였다. 나무를 대신한 신식 벤치가 눈에 이물감을 주었다. 가슴 깊은 곳에 마르지 않는 물길이 흐른다. 루르드의 샘물처럼 치유의 기적을 부르는 샘터가 있다. 베르나데뜨 수녀님은 샘을 파셨다. 보이는 샘처럼 보이지만 보이지 않는 샘을 가슴에서 파셨다. 모질게 보이는 삶의 흙더미를 걷어내면 루르드의 샘물처럼 퐁퐁 솓아나는 치유의 기적이 있다. 우리는 거부할 수 없는 운명으로 흙더미를 걷어내고 있을 뿐이다. 뼈마디가 아프고 물이 날까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진짜 샘물은 보이지 않는 가슴에서 난다. 깊이 깊이 파고들면 삶의 갈증을 풀어낼 영원히 마..

보면 사라진다.

쉽사리 집중이 되지 않았다. 다리가 저리고 잡생각이 떠돈다. 한참만에 결핍감을 발견했다. 소망이 이루어지고 기뻐해야할 상상에 천연스레 자리한 결핍감을 보았다. 결핍을 바탕한 생각의 잡초들이 무성하면소망의 뿌리가 내리지 못한다. 평생을 깔고 앉은 결핍감 위에서 기쁨의 상상이 이루어질 리가 없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서 풍요의 새터로 옮기자. 보면 사라진다. 사라졌다. 결핍을 갈아엎고 소망을 상상하자. 온몸이 기쁨이 전율하면 꿈이 이루어진다.

산딸기

산딸기가 노다지로 있는 운수 대통한 날 산에 가지 않았다면 산딸기는 없었다. 마음이 머무는 곳에 운은 따른다. 생각은 마음을 따르고 마음은 영을 따른다. 영은 신을 따르고 신은 만물을 돌본다. 침묵하면 생각이 들기 전의 기류에 감응하고 내맡김으로 행동한다. 생각으로 움직인다 착각하지만 생각은 맨나중의 끼어듦이다. 문득 이끌려 나선 어느 오름에서 유난스레 반기는 산새들의 지저귐과 산딸기의 탐스러움에 기쁨에 젖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