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레팅고 이야기 93

일체유심조

일체유심조- 이 얼마나 살벌하게 꽂히는 통찰의 말이던가? 마음에 품은 것만이 현실에 드러난다. 사랑을 품으면 사랑으로서 증오를 품으면 증오로서 용기를 품으면 모험으로서 두려움을 품으면 폭력으로서 죄의식이 있으면 잘못을 저지름과 처벌의 경험을 한다. 반대로 행위에 대한 결과가 감정으로 각인되기도 한다. 따라서 행동하기 전에 결과를 예견해야하고, 마음에 품고 있는 바를 살펴가며 몸가짐을 바로해야한다. 삶에서 가장 수용하기 어려운 것은 가령 억울한 누명같은 것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현자들은 이것을 무지할때 찾아드는 코로나처럼 해석한다. 인간은 누구나 칼융이 말한 집단무의식의 영향을 받으면서 살아간다. 다만 경험하는 수준이 다른데 이것을 의식수준이라 한다. 내가 어떤 수준에서 세상을 경험하며 살아가는지 꼼꼼히..

자아

오늘 자아가 늪에 빠져 허우적 거렸다. 쑈다. 내일이면 밥을 먹고 빈둥거리고, 저녁이면 술을 먹고 기세 등등하다. 커피 한잔을 들고 아는 척 떠들고, 돈 얘기가 나오면 열을 내다가 쭈그리가 된다. 자아는 늪에 빠져 죽어야 한다. 이 말이 쑈다. 죽은척 하며 버티는게 자아다. 붙어있는 생명으로 지금 끄적이는게 자아다. 하지만 한편 발광을 하다가도 이러지 말아야지 영혼에 도움을 구하는 나는 무엇인가?

아이러니

성장에 대해서 물었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서 성장은 없단다. 드러남이 있을 뿐이란다. 성장이라는 자아가 지어낸 자기애적 세계관의 말에 빠져있었다. 눈에 보이는 물리적 세계에 컴퓨터라는 대단한 창조물로 착각되는 물건은 사실 보이지 않는 영혼의 세계에서는 필요없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고 모든 정보는 찾는 즉각 응답을 가져다준다.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높은 진동수를 보이는 것으로 드러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단다. 그 밖에 주목할 사실은 보이는 세계의 분리된 존재로서 느끼는 소외감 같은 감정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내가 무언가를 만들어내야 한다는 환상은 분리된 존재로서 경쟁의식에 기반을 두고 적자생존의 우월한 위치를 획득함으로써 안전성을 확보하고 두려움을 상쇄하려는 파충류 뇌를..

전갱이

저녁 식사로 큼직한 전갱이를 구웠다. 겉면을 굽고 뒤집는데 보존제가 붙어있었다. 찾아보니 (몸에는 무익하나 먹지 마세요.) 라고 안내한다. 먹을까 버릴까를 두고 고민을 하다가 조금 떼어서 맛을 보았다. 왠지 약품 냄새가 밴 것 같다. 버리기엔 아깝고 먹자니 찜찜하다. 뒷면에 안보이게 붙어있던 보존제에 짜증이 났다. 돼지고기 닭고기 살의 뻘건 핏물을 먹고있던 보존제가 이번엔 하필이면 전갱이 뒷면에서 속을 뒤집어 놓았다. 전갱이에게도 짜증이 났다. 내가 선택하지 않았다고 발뺌하며 확인을 안한 나 자신에게도 짜증이 났다. 이게 뭐라고 감정이 일어서 기분이 상한단 말인가? 내가 잠깐 주의력이 부족했다. 그것 뿐이었다. 보존재가 왜 거기 붙어있어가지고... 로 시작한 나의 불찰의 변명은 온 사방을 뛰어다니다가 다..

술3

좋은 술일수록 천혜의 환경과 좋은 물과 좋은 재료와 대를 잇는 솜씨와 더불어 이세상 너머에서 불러낸 영감까지 깃들어 있다.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습에서 술을 만드는 과정과도 닮은 면을 본다. 시퍼런 보리밭 같은 젊음을 지나 누렇게 나이가 익으면 수확을 한다. 영혼의 나이가 무르익은 사람처럼 농사가 잘 되면 알이 꽉 차고 묵직하다. 농사가 잘 된 땅은 거름지고 농부는 근면하다. 농사에 쏟는 애정이 남다름을 본다. 좋은 재료로 술을 담그고 엣센스를 추출하는 과정은 물질적 세계관에서 정신적 무르익음으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보인다. 사람마다 삶이 달라서 만들어지는 술도 각양 각색으로 보인다. 영혼의 관점에선 제대로된 정수를 추출할 때까지 삶은 반복된다. 뭇 사람들이 모두 부러워할만한 부를 이루면 정수가 추출될..

영혼의 문

자신과 어울리는 모습을 찾아야한다. 자신의 카르마와 부합한 일을 찾아야한다. 자신의 주파수와 공명하는 것을 알아야 한다. 무엇과 공명하고 있는가? 어떤 물질과 공명하길 원하는가?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불편함을 조장하는 것들을 물리치고 섬세함과 고요함으로 다가갈때 삶에서 안정감을 느끼고 영혼의 소리에 귀를 열어둔다. 시끄러운 삶 또한 영혼의 이끌림 안에 있겠지만 괴로움의 원인은 저항에 있지 않은가? 저항값을 줄이고 자유로워지는 것은 좀 더 순도 높은 물질과 감정이 차분해지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다. 오감을 통해 전해오는 보다 미세한 감각을 느껴보자 알아차리자. 마침내 영혼의 문이 열리리라.

술2

막걸리와 소주로 술을 시작했다. 알딸딸한 기운이 몸에 감돌면 비로서 숨통이 트였다. 불만을 표출할 용기가 생기고 말문도 트이고 앙금도 풀어지는 듯 했다. 그러나 술이 취해서 생긴 괜한 오해와 숙취의 뒷감당은 골치가 아팠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는 다음날 후회하지 않을만큼 혼자 술을 마셨다. 처음 꼬냑이라는 도수 높은 술을 한모금 했을 때가 기억이 난다. 향과 맛과 매끈한 텍스쳐가 너무도 강렬해서 이전에 경험했던 술이 아니었다. 맛있다고 표현하기에 너무도 귀족적이었다. 그러나 평민이 술을 즐기기에 양이 턱없이 부족했고 분위기가 맞지 않았다. 요즘들어 술에 대한 다른 관점이 들기 시작하면서 고급 술에 대한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술은 엣센스다. 당이 분해되면서 알콜이 생기는데 어쩌면 알콜은 술의 부산물인 것..

야수

"마음속에 뿌리 깊은 불신을 발견했습니다. 왜 내가 경험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책임을 다하지 못했을까요? 화가납니다. 왜 저는 그런 환경에서 자랐을까요? 건강하고 멋진 환경도 있는데, 왜? 뒤틀리고 억눌린 감정의 구덩이 속에 던져진 것처럼 태어났을까요? 왜 사람은 차별적으로 태어납니까?" 한번도 소리내어서 따지지 않았다. 납득할 수 없기에 불만을 품은채 꿍하고 뚱하게 신의 존재를 거부했다. 겁이 났다. 죄지은 아이처럼 벌받고 있는 느낌에 당당하게 맞서지 못했다. 사도바울처럼 왜 예수는 되고 저는 안됩니까? 라며 미쳐서 외치면 눈이 떠질까? 야수가 되고싶다. 오늘 밤엔 야수가 되자. 내 안의 야수를 풀어놓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