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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버섯

산에 단풍이 들기 시작하는 이맘 때 아버지를 따라 송이버섯을 따러 다니곤 했습니다. 송이버섯을 발견하는 기쁨은 짜릿했습니다. 간혹 싸리 버섯, 노란 꾀꼬리 버섯 같은 식용 버섯도 따셨습니다. 아버지는 독버섯에 대해서 알려주셨습니다. 쫄깃하여 길게 찢어지는 버섯은 대부분 먹을 수 있는 것이고 툭툭 부러지거나 바스라지는 것은 먹지 못하는 것이라는 상식과 더불어 처음 보거나 미심쩍은 것은 꼭 정체를 알고나서 먹어야하고 왠만하면 그냥 두라고 덧붙이셨습니다. 간혹 독버섯을 잘못 복용하여 발생한 사고를 접하게 됩니다. 독버섯이란 단지 식용하지 못할 뿐인데 판단 미스로 인한 사고로부터 독버섯은 나쁜 것으로 꼬리표가 붙습니다. 산길을 걷다 보면 짓밟힌 독버섯을 보기도 합니다. 버섯은 식중독을 일으켰다는 오명을 쓰고 부..

거름이 될 무거운 감정

무거운 감정들은 똥처럼 몹시 불편합니다. 아이들은 더럽고 냄새도 나서 인상을 찌푸립니다. 어른들은 똥, 오줌을 매우 소중하게 다뤘습니다. 거름이 되기 때문이었습니다. 촌에는 집집마다 거름 더미가 있었습니다. 마굿간에 소가 편하게 누울 수 있도록 짚을 깔아 놓으면 거기에 소가 똥을 눕니다. 똥이 버무려진 짚을 거름더미로 매일 나릅니다. 충분한 시간이 흐르면 버무려진 똥과 짚은 충분히 썩어서, 즉 발효가 되어서 거름이 됩니다. 냄새도 구수하고 부슬부슬해져서 아이들이 보고 만지기에도 더 이상 더러울게 없습니다. 봄이 되면 밭을 갈고 이랑을 만들고 거름을 넣습니다. 거름을 잘 해야 밭이 기름지고 곡식도 잘되었습니다. 잡초를 뽑는 것도 수월합니다. 아주 어릴 적에는 퇴비증산대회도 있어서 집집마다 담배 건조실 만큼..

무거운 시간을 보내고 계신 분들께...

마음이 냉담의 시기를 겪고 계신 분들께 나눔을 하고 싶어서 올립니다. 중, 고등학교 다닐 때에 겨울 방학이 오면 경운기에 지게를 얹고 산에 나무를 하러 다녔습니다.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시동을 거는 일이 관건이었는데, 지금처럼 키만 돌리면 해결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시동을 걸려면 전신의 온 힘을 짜내어 스타트 레버를 멧돌처럼 돌려야 했습니다. 역기 바벨처럼 생긴 무거운 원형판이 충분한 탄력을 받아야 첫 폭발을 일으킬 수 있었습니다. 한겨울에는 베어링의 구리스들이 모두 딱딱해져서 힘이 두배 세배로 들었습니다. 겨울에 시동을 거는데 중요한 요령 중에 하나는 비워둔 엔진 냉각기에 끓는 물을 부어 엔진을 데우는 것이었습니다. 보통 두어차례 끓는 물을 교환해 주면 시동은 무난하게 걸렸습니다. 하지만 년식이 오..